숨결: 풍경놀이 포스터. 사진=라흰갤러리
숨결: 풍경놀이 포스터. 사진=라흰갤러리

[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보킴 (김보경), 정재나 작가의 2인전인 《숨결: 풍경놀이》가 오는 23일 부터 라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공간의 한 귀퉁이에서 풍경을 즐길 수 있기를 시도했던 우리 전통의 조형 전략에서 출발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창을 조작하여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차경 (借景)’이나 변화무쌍한 집의 구조를 활용하여, 자연의 다층적인 구도를 포용하는 ‘풍경놀이’를 즐겼다. 이러한 현상에 착안한 본 전시는 조형 언어와 '관조'의 정신을 토대로 주변의 경치를 보듬고 포용하는 두 작가의 작업을 마치 한옥의 프레임처럼 다층적인 공간의 구조 안에서 바라봄으로써,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의 진수를 체험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보킴과 정재나 작가는 풍경을 분별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그것의 리듬에 작업을 편입시키는데, 이는 주체와 대상을 동등하게 세우려는 한국적 정신이 조형적으로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본 전시는 이렇듯 풍경에 순응하고 자연과 모나지 않게 하나 되는 이 풍경 작용에 관객을 스며들게 함으로써 정경의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감각적으로 선사할 예정이다.

보킴 작가의 작업은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가변성과 잠재성이 실현되는 풍경의 변화들을 그의 감정에 담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특히 한지와 모래가 주축을 이루는 재료로부터 부각된다. 작가는 한지를 겹겹이 오려 붙이고 물감을 얹은 후에 경계선 위로 발린 가루풀을 따라 모래를 뿌리는데,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오려 붙인 한지에 주름이나 얼룩이 생기는 것과 함께, 모래 역시 순리를 따르듯이 뜯겨 나가기 때문이다. 보킴은 이처럼 자연 현상이 만드는 변화와 생성에 저항하지 않으려는 심리를 드러냄으로써, 풍경이 일으키는 끊임없는 차이와 생성에 깨어 있기를 자신과 관객에게 촉구하고 있다.

목공예에 바탕을 둔 정재나 작가는 '차용' 개념을 활용하여 과거의 것을 자양분으로 삼아 이를 재해석하거나, 이국적인 디자인으로부터 한국의 정신을 측량하고 있다. 특히 그는 범례를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세월에 잠식되어가는 전통을 관객이 일정한 한계 내에서 가까이 느끼게 만든다. 미술품 수출입 상자와 가구 등의 형태를 보존하면서도, 여기에 전통 단청을 접목한 작업들은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작가의 또 다른 평면 작업은 나무의 생장 기록인 나뭇결을 탁본 기법을 이용하여 마치 울창한 풍경처럼 표현한다. 정재나는 이와 같은 출품작들을 통해 바깥의 풍경 작용을 실내의 지척에서 상기시킴으로써, 공간의 내부가 실외의 눈부신 경관으로 절로 배어들기를 추구하고 있다.

정재나, detail of 단청 의자, 2019, 단청, 목재 수출입 상자, 1000 x 700 x 810 mm / 사진=라흰갤러리
정재나, detail of 단청 의자, 2019, 단청, 목재 수출입 상자, 1000 x 700 x 810 mm / 사진=라흰갤러리
정재나, Forest no.1, 2023, 광목, 잉크, 1400 x 800 mm / 사진=라흰갤러리
정재나, Forest no.1, 2023, 광목, 잉크, 1400 x 800 mm / 사진=라흰갤러리
정재나, 단청 로우 테이블, 2023, 오크, 단청, 1300 x 650 x 400 mm / 사진=라흰갤러리
정재나, 단청 로우 테이블, 2023, 오크, 단청, 1300 x 650 x 400 mm / 사진=라흰갤러리
정재나, 단청 의자, 2019, 단청, 목재 수출입 상자, 1000 x 700 x 810 mm / 사진=라흰갤러리
정재나, 단청 의자, 2019, 단청, 목재 수출입 상자, 1000 x 700 x 810 m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detail of 너무 긴 어느 겨울날에, 2023, Hanji, sand, acrylic, and conte on canvas, 150 x 150 c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detail of 너무 긴 어느 겨울날에, 2023, Hanji, sand, acrylic, and conte on canvas, 150 x 150 c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detail of 창밖에 어둠이 내리면, 2023, Hanji, sand, and acrylic on canvas,180 x 160 cm, 246 x 160 cm, 180 x 160 c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detail of 창밖에 어둠이 내리면, 2023, Hanji, sand, and acrylic on canvas,180 x 160 cm, 246 x 160 cm, 180 x 160 c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너무 긴 어느 겨울날에, 2023, Hanji, sand, acrylic, and conte on canvas, 150 x 150 c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너무 긴 어느 겨울날에, 2023, Hanji, sand, acrylic, and conte on canvas, 150 x 150 c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창밖에 어둠이 내리면, 2023, Hanji, sand, and acrylic on canvas,180 x 160 cm, 246 x 160 cm, 180 x 160 cm / 사진=라흰갤러리
보킴, 창밖에 어둠이 내리면, 2023, Hanji, sand, and acrylic on canvas,180 x 160 cm, 246 x 160 cm, 180 x 160 cm / 사진=라흰갤러리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컬처 (NEWS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NC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