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정동환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연기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새로운 캐릭터도 눈길
오는 10월 23일까지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연극 ‘두 교황’의 막이 올랐다.

‘두 교황’은 자진 퇴위로 바티칸과 세계를 뒤흔든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베르고글리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2013년부터 교황의 자리에 즉위한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순교한 2005년부터 시작된 이야기라 할지라도 채 20년이 지나지 않은 근접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다룬다.

아르헨티나에서 머무르며 추기경 은퇴를 고민하던 베르고글리오는 마침 베네딕토 교황으로부터 로마로 오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의 사임을 거절하며 오히려 자신이 교황의 자리를 내려놓을 테니, 베르고골리오에게 다음 교황이 될 것을 권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의 원작으로 ‘현대 시기의 가장 전통적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왜 가장 비전통적인 사임을 했는지’, ‘마지막으로 두 명의 교황이 동시에 있었던 적이 언제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2019년 6월 영국에서 연극으로 초연됐고, 이어 8월에 영화로 제작됐다. 주요 영화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후 넷플릭스에 공개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오해받을 정도로 거칠고 꾸밈없는 앵글,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바뀌는 촬영기법이 주목받았다. 연극은 영화처럼 극적인 클로즈업을 보여줄 순 없다. 다만 광활한 교회 아래 존재하는 두 인물은 ‘교황’이 아닌 그저 죄가 있는 ‘인간’일 뿐이라는 걸 다시금 상기시킨다.

두 인물은 쉽게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로 나눌 수 있다. 교회의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베네딕토 16세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잘못을 벌할 줄 알아야 한다는 프란치스코의 신학적 대립부터, 베네딕토 16세가 피아노를 유려하게 쳐낼 때 프란치스코는 맞지 않은 음으로 아바의 노래를 부르고 박자에 맞춰 탱고를 추는 모습 등 음악적 취향까지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계속되는 대립 속 두 사람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사임해야 하는 이유, 과거의 ‘과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사죄경을 읊는다. 프란치스코는 “죄악은 상처지 얼룩이 아니다, 치료받고 아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인물이 서로에게 향한 치료는 개인의 변화로, 이것은 곧 가톨릭계의 변화로 이어진다.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에필로그에서 프란치스코와 베네딕토 16세는 함께 피자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본다. 각 출신 나라를 응원하며 환호도 지르고, 실점에 아쉬워도 하는 모습은 마치 꿈만 같다. 베네딕토 16세가 먼저 청해오는 탱고는 어설프지만 같은 박자의 같은 걸음을 걷고자 하는 의지로 느껴진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하는 순간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듣는 인물에게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사람 대 사람의 이야기,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논하는 공연 ‘두 교황’ 앞에서 종교적 선입견은 잠깐 내려놓아도 좋다. 공연 막바지에는 ‘웃기지 않아도 되는 독일 농담’에 저절로 웃고 있을 테니 말이다.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연극 '두 교황'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을 맡은 신구의 연기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150분의 긴 공연 시간과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그가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는 모두 연극 역사의 발걸음처럼 무대에서 궤적을 만들어 냈다. 정동환은 프란치스코의 특유의 넉살을 그려내며 신구와 호흡을 맞춰 공연 무대의 묘미인 ‘현장감’을 충분히 살렸다. 

또한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인 ‘브라지타 수녀’, ‘소피아 수녀’라는 캐릭터를 통해 베네딕토와 베르고글리오의 가치관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그려냈다. 브라지타 수녀의 정수영은 단호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베네딕토 교황의 중심을 잡아주고, 소피아 수녀의 정재은은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프란치스코의 뒤를 따른다.

작품에는 배우 신구, 서인석, 서상원, 정동환, 남명렬, 정수영, 정재은, 조휘가 출연하며 오는 10월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뉴스컬처 윤현지 yh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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