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형식의 독특한 무대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3명의 천사로 분리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 칼로는 1907년 멕시코 태생의 화가로 6살의 어린 나이에 ‘척추성 소아마비’를 겪었다. 9개월 동안 병상에 누워있어야 했지만 축구나 자전거 등 운동을 통해 회복했다. 타고난 영리함으로 명문학교에 입학했지만, 18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 오른쪽 다리, 자궁을 크게 다쳐 평생 동안 30여 차례 수술을 받게 된다.

운동을 통한 육체의 극복, 멕시코의 혁명 정신, 타고난 예술적 감수성 등 여러 가지 요소는 프리다 칼로에게 놀라운 생명력을 부여했고 그는 병상을 딛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일생 철학이 담긴 그림은 칸딘스키 등 만인에게 극찬받았다.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프리다’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담은 작품으로 버라이어티 쇼의 형식을 표방한다. 그저 노래와 춤이 넘쳐나는 음악적 쇼를 넘어서 토크와 백스테이지까지 독특한 형식의 구조로 표현됐다. 초반에는 사회자와의 대담형식으로, 중반을 넘어서면 스스로의 독백으로 110분간 담아내기 벅찼을 그의 삶을 효과적으로 편집해서 보여준다. 벌새, 레드, 사랑, 사이렌 등의 키워드를 꼽으며 프리다의 일생을 짚어간다.

블랙박스 형 극장에서 선보이는 ‘프리다’는 그만큼 자유로운 무대를 꾸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프리다의 심장박동, 그림, 거울 등을 상징하는 상단의 무대를 제외하면 아무런 세트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배우들은 핸드 마이크를 들어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무대를 활보하는 등 자유로움 그 자체다.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이런 배우들의 자유로움은 ‘프리다 칼로’의 내면을 무대로 승화시킨다. 프리다는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를 겪으며 9개월간 침대에 누워있고, 평생을 목발, 휠체어, 코르셋과 함께 한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오른손으로 그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냈듯 4명의 배우는 무대 위에 ‘프리다’의 열정을 그려내는데, 오히려 공연장이 작아 보일 지경이다.

배우들이 그리는 캐릭터 역시 한계를 넘어섰다. 프리다 칼로의 배우자 디에고 리베라와 어린 시절 첫사랑을 제외하면 구체적으로 현실 인물로 그려지는 이는 없다. 평행 우주의 또 다른 프리다 ‘메모리아’, 죽음의 순간에 동증하는 ‘데스티노’ 등 프리다의 정신적 세계에 집중한다.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 현장. 사진=김태윤 기자

‘고통의 여왕’이라는 프리다의 수식어처럼 공연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앞서 프리다를 덮쳤던 신체적 아픔 외에도 이혼, 유산 등 숨 쉴 수 없는 고통이 함께한다. 굳세 보였던 모습 뒤에 보여주는 무너짐은 보는 이 역시 슬픔이 절절하게 느끼도록 한다. 공연의 마무리쯤 프리다가 홀로 무대에 남아 붉은 장미꽃과 함께 무용을 통해 고통을 환희로 승화시키는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작품에는 배우 최정원, 김소향, 전수미, 리사, 임정희, 정영아,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이 출연하며 오는 5월 29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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