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표현한 정체성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공연. 사진=쇼노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공연. 사진=쇼노트

매일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을 만나는 가운데 여기 15년 만에 재공연 소식을 전한 작품이 있다. 지난 2007년 국내 공연 후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역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정도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195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은 1950년대 뉴욕 맨해튼 서부로 장소를 옮긴 고전은 몬터규와 캐풀렛 가문은 제트와 샤크 갱단이 되었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토니와 마리아로 변해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공연. 사진=쇼노트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오래된 명작이 유명세를 지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창작진들의 합이기도 하다.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뮤지컬 '스위니토드'와 컴퍼니'의 신화를 써 내려간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로프'와 뮤지컬 '집시'의 극본을 쓴 아서 로렌츠가 극작을 맡았다. 이들은 단번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뮤지컬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흥행을 완성시켰다. 

라이벌 관계에서 피어난 사랑이라는 단순한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는 단연코 '춤'이다. 1막 오프닝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안무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제트와 샤크가 모두 어우러져 선보이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정체성을 시원하게 펼쳐낸다. 푸른색의 제트와 붉은색의 샤크는 저마다의 특성을 고난도의 안무로 탄생시켰다. 핑거 스냅을 활용하는 상징적인 포인트 외에도 탭댄스, 탱고 등 다채로운 군무들은 특별한 노래나 대사 없이도 이야기의 일부를 담당할 정도다. 그래서일까. 분명 배우들의 대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스루 뮤지컬을 연상시킬 정도로 길고 다양한 뮤지컬 넘버들로 구성됐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공연. 사진=쇼노트

살벌하게 대립하는 두 무리에서 피어난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치닫는다. 우연히 만나 첫눈에 운명적인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진 토니와 마리아는 '평화'를 소원하지만 결국 '죽음'과 '이별'을 맞이한다. 우리가 원작에서 이미 알고 있듯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결국 비극적인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과정에서 두 갱단의 이야기는 각자가 처한 상황들로 저마다의 정당성을 외친다. 다만 오래된 역사를 지닌 만큼 지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대사 등이 종종 튀어나오는 것은 아쉽다. 내년 2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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