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포샤, 이전에 했던 역할과 닮아 있어"
황순종 "닉과 나이젤 형제가 어딘가 이상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못 즐겨 아쉬워…에너지 받아가시길"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과 포샤 역을 맡은 황순종,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과 포샤 역을 맡은 황순종,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

뮤지컬 배우로서 ‘A Musical’ 넘버를 들으면 어떤가.

이지수(이하 이) 나는 어떤 아이돌이나 배우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내 삶에서 가장 오래 좋아한 것이 뮤지컬이다. 예능 ‘안녕하세요’에 ‘뮤지컬에 미친 누나’로 출연했을 정도로 많이 좋아했다. 그래서 이 넘버를 들으면 그냥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다 나오고, 특히 남경주 선생님이 부를 땐 더 감동적이다. 이 중에 몇 개 하셨냐 여쭤보니 반 이상이라고 하더라. 그런 뮤지컬의 산증인이 부르니 더 감동적인 게 있다. 나는 앞으로 그 중 몇 개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 넘버 다음이 등장이라 항상 대기하면서 듣는데 뭉클하다.

황순종(이하 황) 정말 자랑스러워지는 게 있다. ‘이 중에 너희들이 좋아하는 거 하나는 있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장면만큼은 어떤 뮤지컬보다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앙상블들이 빛이 난다. 탭댄스를 추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한 줄로 서서 탭을 성공하면 내가 추는 것도 아닌데 정말 뿌듯하고, 박수가 절로 나온다.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어딘가.

나는 재판 장면이다. 닉이 나이젤에게 네 말이 맞았다고 노래를 불러주지 않나. 우리가 가슴에서 우러난 말을 하면 통할 거라는 것을 상상으로만 이야기했는데, 닉을 통해 우리가 맞았다는 걸 증명하는 거니까. 그때 나는 나이젤을 보고 있다. 나이젤을 보면서 ‘우리가 했던 말이 통했어!’ 하는게 제일 뭉클하다.

나는 포샤가 떠나고 혼자 시 쓰는 장면이 제일 좋다. 감정이 오는 날에는 ‘진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쓸게요’ 다음에 ‘밤이 가고 낮이 오듯…’하며 시를 쓰는데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다.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과 포샤 역을 맡은 황순종,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과 포샤 역을 맡은 황순종,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포샤의 정보가 많이 없어서 다가가기 어려웠겠다.

정말 어렵다. 청교도 딸, 시를 사랑한다. 이 두 가지 정보밖에 없더라. 그리고 등장도 얼마 안한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비슷한 역할을 많이 했더라.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의 코제트도 항상 집에서 못 나가게 했고, ‘스위니토드’의 조안나도 갇혀서 지냈다. 지금은 아예 가두지는 않지만 틀에 갇혀 사는 아이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그 새장을 깨부수고 나올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포샤는 좋아하는 게 분명히 있어서 코제트나 조안나에 비하면 쉽게 나갈 수 있는 구실을 찾았던 것 같다.

황순종이 생각하는 나이젤은 어떤 인물인가.

순수한 멍청이. 그리고 천재다. 그런데 자기가 천재인지 모른다. 형이 맨날 ‘넌 천재야’라고 말해줘도 그 말보다 형이 토닥여주는 게 더 좋은 거다. 닉과 나이젤이 어딘가 이상한 형제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똑같이 물을 마셔도 바로 먹는 게 아니라 멍 때리다가 마신다든지, 남들이 빠를 때 느리고 가만히 있을 때 혼자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뒤에 진심이 담긴 말을 할 때 더 천재처럼 보일 것 같았다.

닉과 나이젤의 유별한 형재애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형이랑 화해할 때 비아가 ‘이제 네가 형을 업어줄 때가 온 걸지도 몰라’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사실 닉은 나이젤을 안 업어도 되는데 업어 키웠을 것 같다. 닉도 그런 걸 좋아했을 것 같고.나이젤이 나가서 상처받고 돌아오면 닉은 나이젤을 업어주면서 ‘난 멋진 형이야!’ 이렇게 자존감을 얻고, 그런데 나이젤은 형 뒤에 업혀있는 게 마냥 좋은 거다. 사람들이 형만 따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닉과 나이젤 형제 있잖아’ 하면서 묶여서 이야기되는 ‘형제’인 거다.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포샤 역을 맡은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포샤 역을 맡은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을 왜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생일 선물로 4대 뮤지컬 OST가 담긴 CD를 선물 받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넘버들이 다 들어 있었다. 들으면서 내가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된다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군대에 있을 때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박효신 선배의 뮤지컬을 봤다.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을 때라 뮤지컬이라는 다양한 장르가 있구나 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뮤지컬을 먼저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게 됐다.

매체 진출 계획이 있나?

기회가 된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뮤지컬이 재미있어서 다른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나는 오히려 고전 연극을 하고 싶다. 무거운 느낌의 대사가 있는 묵직한 연극을 하면서 공부하고 싶다.

만약 두 사람이 뮤지컬을 쓴다면 어떤 내용으로 올리고 싶나.

나는 영화 ’23 아이덴티티’처럼 인격이 여러 개인 1인 극을 올리고 싶다. 표현하기 정말 어렵겠지. 그래서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되니까 정말 연기 잘하는 사람이 하면 좋겠다. 노래도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해서 배우는 힘들겠지만 보는 사람은 신선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는 ‘죽은 시인들의 사회’ 이런 영화를 좋아해서, 이런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많이 못 하는 스타일로. 작품은 잘 안되지만, 작품성은 인정받는 거지.(웃음)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 역을 맡은 황순종.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 역을 맡은 황순종. 사진=김태윤 기자

요즘 공연 외에 관심 갖는 게 있다면?

강아지 제트. 이게 엄마 마음일까 싶다. 보고만 있어도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까지 뭘 보고 행복함이 올라오는 게 처음이다.

나는 운동이다. 평상시에도 운동을 하며 생각을 다 잡는다. 쉬는 날에 여유 있게 운동하면서 스케줄 생각 안 하고 체력을 다 쓰고 오는 게 요즘 제일 행복한 일이다.

(이지수에게) 올해 30대에 접어들었다. 어떤가.

사실 좋다. 일찍 데뷔하기도 했고, 목소리 때문인지 어린 역할을 많이 해서 오디션장에 가면 이미지가 어리다고 생각을 많이 하더라. 이제는 어른으로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고, 배우로서 성숙하게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순종에게) 데뷔 때에 비하면 지금 어떤가.

조금 더 ‘나’다워진 것 같다. 신인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를 놓치고 살았던 것 같 같은 훨씬 안정적이고 어딜 가든지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미지 변신을 꿈꾸고 있나.

하고 싶다. 딜레마가 좀 있는 게 어린 역할은 나이 들어서는 못하니, 나이대 있는 역할은 나중에 하면 되지 싶다가도 주인공들은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역할이다 보니 30대가 넘어서야 성숙하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아직 그런 고민은 하고 있지 않지만, 제한 두고 싶지 않다. 나이대든 외형적인 부분이든 신경 안 쓰고 해보고 싶다. 콧수염도 붙여보고 싶고. 단순히 외적인 것이 아니라 생각까지 성숙해지고 같이 커갔으면 좋겠다.

그럼 ‘썸씽로튼’의 다른 역할을 해보는 건 어떤가.

좋지. 비아 역할도 해보고 싶다. 너무 매력적이다. 순종이는 셰익스피어 어떨까. ‘윌 파워’때 너무 신나해서 ‘너 윌 해보고 싶어?’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다 하고 싶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많은 자아들을 꺼내고 싶다.

내가 제작하는 ’23 아이덴티티’에 출연하면 되겠다.(웃음)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과 포샤 역을 맡은 황순종,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나이젤과 포샤 역을 맡은 황순종, 이지수. 사진=김태윤 기자

서로에게 칭찬을 해준다면.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캐릭터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참 좋다. 나는 안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음색이 참 좋다. 솜사탕이나 우유 거품 같다. 순수한 나이젤에 딱이다.

무대 위에서 매력적이다. 인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누나의 성격과 맞물려서 잘 살리는 포인트가 있다. 즉흥적이지 않고, 캐릭터를 잘 이해하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께 한마디 부탁한다.

충분히 더 즐길 수 있는 작품인데, 못 즐기는 것 같아 아쉽다. 마음으로나마 박수로나마 서로에게 에너지를 텔레파시로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까지 공연장에 오셔서 충분히 웃고 즐기시다 갔으면 좋겠다.

요즘 같은 시기일수록 누군가에게 얻는 에너지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공연을 보고 그런 에너지를 받아 가셨으면 좋겠고, 그 에너지를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며 서로서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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