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이두나!'의 이두나는 수지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이었다. 그도 아이돌 출신으로서 걸그룹 활동을 했었고, 상황은 다르더라도 작품 속 이두나가 느끼는 감정을 느껴봤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상 속 존재 같고 평범함과 멀어보이는 인기 아이돌 이두나라는 인물에 대해 수지는 "연예인 이두나도 외로움이 있고 짜증이 있고 어두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 이두나로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저도 밝은 이미지이다 보니 '짜증도 나냐?'라는 질문도 받는다. 속으로는 웃기다. 나도 사람인데, 당연히 기분 나쁘고 힘든 상황이 있다. 그런 걸 사람들이 안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봤다.

수지는 오히려 이두나보다 "이원준 캐릭터가 더 판타지"라고 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접근한게 아니라 무해함에서 오는 안정감 때문에 로맨스로 가는 과정이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접근을 하니까 경계심이 항상 있었는데, 쟤는 순수하게 다가오고 잘해주는구나. 그런 마음을 알게 되기 때문에 둘의 로맨스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마음대로 행동하는데 그럼에도 옆에 있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이런 남자를 만나는 것이 판타지 같다"라며 "그 자체로 바라봐주고, 그 자체로 사랑해주는건 힘들다고 생각한다. 두나가 연예인이라서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정말로 진심을 다해주고 무해하게 다가와주는 것 자체가 판타지일 수 있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악플에 대해 이두나가 "반은 얼굴값, 반은 욕값"이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수지는 "아픈 대사를 서스럼 없이 할 때는 최대한 자기연민에 안 빠지려고 했다. 두나가 그 말을 내뱉을 때 '나 원래 이래, 연예인 다 이래, 너 나 검색 안 해봤구나?' 같은 느낌으로 애써 쿨한 척을 한다. '원래 이런거야, 아무렇지 않아'라는 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흡연 장면이나 원준과의 스킨십 장면 등이 눈길을 모았다.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는 수지는 "두나에게 가장 중요한 장치인 흡연신을 어떤 식으로 할지 대화를 많이 했다. 스킨십이 나오는 두나의 성격, 원준의 성격이라면 어떤 식으로 키스를 할지 많이 고민하고 리허설도 많이 하면서 연구를 했다. 연상연하 설정도 있으니까 다른 키스신과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두나가 피우는 극중 담배도 화제가 됐는데 "실제 판매되는 담배이지만 소품팀에서 촬영용으로 만들어줬다"고 귀띔했다.

와인병으로 사람을 내리치려는 장면 같은 경우는 항상 눌러야 했던 두나의 감정이 터지는 장면이기에 "짜릿했다"고 했다. 수지는 "두나가 원래 그런 애는 아니다. 셰어하우스에 살게 되면서 답답한 것들이 더 쌓여 있다. '사고치지마, 넌 조용히 있어야 돼'라는 회사의 지침 때문에 극도로 화가 나있는 상태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것 같다. 원래 평소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불안정함이 극에 치달은 상태였다. 원래 두나는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그런 일이 없지만 원준이 때문에 나가서 그런 사람들을 보게 되는 거니까"라고 대변하면서 "(상대방들이) 잘못 걸렸다"라며 웃었다.

'이두나!'는 수지의 비주얼을 보는 즐거움도 있는 작품이다. 스틸이 공개됐을 때부터 화면 속 수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작품이 공개되어서도 비주얼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수지는 "1회 엔딩에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두나가 하염없이 외로워하면서 담배를 피우면서 전화를 건다. 그때 왜 이렇게 많이 찍으시지? 생각을 했다. 음악이랑 같이 보니까 그때 많이 찍은게 이해가 가더라. 저 장면이 마지막에 나오니까 1회부터 여운이 남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두나의 사연을 몰랐을 때는 원준을 대하는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나의 아픔이 드러나면서 서서히 그를 이해할 수 있다. 수지는 "오히려 애매해지지 않게 '왜 저래?' 할 정도로 막 나가고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없다고 보여져야 뒤에서 두나를 이해할 수 있는게 커진다고 생각했다. 뒤에는 표현에 있어서 소극적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더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원준이도 두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생길 것 같았다"라면서 "끝까지 안 보시면 그런 애로 남겠지만"이라고 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를 부를 때에는 눈물을 꾹 참았다고. 수지는 "두나의 자작곡이고, 두나가 다시 노래를 하게 되는 중요한 곡이었다. 멜로디와 모든 게 두나의 시절을 다 말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그 노래를 들으면 울컥하기도 하고, 가사 하나하나 마음에 세게 박히더라. 연습할 때나 촬영할 때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가사를 생각 안 하고 부르려고 노력을 했다"고 털어놨다.

두나와 원준이 같은 공간 저 멀리에서 서로를 발견하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장면은 여운과 함께 두 가지 해석을 낳았다. 수지는 "감독님이 열린 결말처럼 찍으셨다. 저는 그때 그때 마음이 바뀌긴 하더라. 행복하게 잘 만나고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각자의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 현실적인 느낌으로 지금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건 저의 생각"이라는 덧붙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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