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 따뜻하게 담아
오는 2월 27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상처가 깊으면 낫는 동안 그만큼 아픈 걸까요”

추운 겨울에 제격인 치유의 이야기가 대학로에 입성했다. 바로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이다.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해, 2001년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드라마 리그 어워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등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최우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은 검증된 작품이다. 2007년 초연에는 조정은이 퍼씨 역을 맡았던 것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스핏파이어 그릴’은 5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퍼씨’가 위스콘신주의 작은 마을인 길리앗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깊은 숲 속, 드나드는 주민도 손에 꼽을만한 작은 동네다. 머물 곳 하나 변변치 못한 처지의 퍼씨는 마을 보안관인 ‘조’의 도움으로 길리앗의 유일한 식당인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일하게 된다. ‘스핏파이어 그릴’을 몇십 년간 지켜온 주인 ‘한나’와 퍼씨를 도울 밝아 보이지만 남편의 그늘 속에서 살아온 ‘셸비’가 있다. 처음에는 이방인으로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지만 이내 두 사람의 도움으로 마을에 적응해간다.

‘스핏파이어 그릴’의 한나는 파일럿 아들이 전쟁 통에 실종된 후 식당을 처분하고 싶어한다. 한나의 조카 ‘케일럽’은 식당을 팔 곳을 알아보지만, 별 반응이 없다. 그에 한나는 ‘스핏파이어 그릴’ 공모전을 열자고 한다. 100달러와 함께 ‘스핏파이어 그릴’을 가져야 하는 사연을 받는 것이다. 처음에는 50통이나 올까 싶은 의문투성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내 수백 통의 편지가 도착하며 마을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각 인물들이 가진 상처가 드러난다. 한나의 아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케일럽과 케일럽에게 억압받는 셸비, 가족을 용서할 수 없는 과거가 드러나는 퍼씨와 한나. 보고 있자면 퍼씨의 대사가 떠오른다. “상처가 깊으면 낫는 동안 그만큼 아픈 걸까요” 하지만 이 대사에 따르면, 개인이 가진 상처는 아프지만 이 이야기는 ‘낫고 있다’는 희망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한나, 퍼씨, 셸비 이 세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고 보듬으며 가지는 치유의 과정은 뭇 여성들에게 ‘함께라면 괜찮다’ 위로를 건네며 하나의 연대를 형성한다.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의 무대 형식을 탁월히 활용한 이 작품은 객석에 앉자마자 깊은 산 속 산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위쪽까지 꽉 채운 무대는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극의 마지막에 객석을 향해 뿜어내는 조명은 갓 떠오르는 해를 연상시킨다. 해돋이를 보러 갔을 때 추위 속에 일출을 보는 순간 가슴 속 뭉클함이 생기는 것처럼 분명 아픔과 상처가 있지만 치유의 과정 속에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이 공연에서 제일 주목할 점은 단연코 ‘음악’이다. 기존 뮤지컬에서 찾아보기 힘든 포크송 기반의 어쿠스틱 감성의 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삽, 망치, 체인 등을 두드리며 만들어내는 타악 앙상블은 묘한 향수감을 불러일으키며 공연을 즐기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 공연의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아웃트로 음악을 즐긴 후 무대 뒤에서 어렴풋이 형체를 보이는 밴드를 향해 박수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 장면. 사진=김태윤 기자

배우 유주혜, 이예은, 나하나, 임선애, 유보영, 방진의, 정명은, 이주순, 최재웅, 최수형, 임강성, 이일진, 민채원, 허채윤, 성우진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오는 2월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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