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남덕유와 삿갓재를 넘어 향적봉을 향해 힘차게 시작하는 종주 이틀째. 덕유산 종주 코스는 영각사에서 시작해 남덕유를 지나 향적봉에 오른 후 구천동으로 내려서는 영구 종주와 육십령에서부터 서봉과 남덕유를 지나 향적봉으로 오르는 육구 종주가 있다. 

영구종주 중 향적봉까지 진행하는 이번 도전은 총 27km라는 긴 거리를 걸어 오르는 수행의 길이나 다름없다. 예상치 못한 대설까지 일행의 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데, 향적봉까지 무사히 오를 수 있을까. 2004년 '청소년 오지 탐사대'로 인연을 맺은 이상은 산악 사진가와 이유미, 장윤희 씨가 20년 전 함께 산행한 추억을 되새기며 2박 3일 덕유산 종주에 도전한다.

사진=영상앨범 산
사진=영상앨범 산
사진=영상앨범 산
사진=영상앨범 산
사진=영상앨범 산
사진=영상앨범 산
사진=영상앨범 산
사진=영상앨범 산

삿갓재 대피소를 출발해 설국의 한가운데를 걷는다. 눈에 뒤덮어 우거진 나무 사이를 조심히 통과하던 그때, 이상은 사진작가가 눈길 위로 미끄러져 넘어졌다. 다행히 스틱이 꺾여 큰 부상 없이 다시 걸음을 이어간다. 이렇듯 겨울 산을 종주할 때는 안전을 위해 등산 장비를 완벽히 준비해야 한다. 계속해서 눈과 얼음의 무게로 축 처진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아가는 일행. 거의 바닥에 닿을 듯 비좁고 낮은 동굴을 만든 나뭇가지 밑으로 기어가듯 진행한다.

차가운 겨울 한가운데를 걷는 느낌이지만 머리 위로 비치는 햇살에는 봄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날이 풀리면서 등산과 트레킹을 나서는 이들이 많은데, 봄철엔 산불 조심 통제 기간인지 반드시 확인 후 산행에 나서야 한다. 봄철 건조한 시기에는 조그만 마찰로도 산불이 일어나기 쉽고, 야생동물들의 번식기이기 때문에 입산이 금지된다. 그러나 아직 겨울의 시샘이 가시지 않은 덕유산은 온통 눈과 얼음의 왕국이다. 순백의 능선과 눈부신 상고대가 파란 하늘과 어울려 경탄을 내뱉고, 사진기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절경을 펼쳐놓는다.

잠시 뒤돌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바라보는 일행. 어제 걸어온 길인데 까마득하게 멀어 어떻게 올라왔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동시에 뿌듯한 마음도 가득 차오른다. 지나온 길의 응원을 받으며, 지금처럼 열심히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분명히 끝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오른다. 작은 한 걸음이 쌓여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음을 깨달으며 덕유산 종주에 도전한 경험이 일상에 돌아가서도 살아갈 힘이 되리라 믿는다. 눈 덮인 산그리메를 바라보며 그 장쾌한 모습에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무룡산(해발 1,492m)에 올라 경치를 즐겨본다. 어딜 둘러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들. 부단히 걸어 지리산의 세석평전, 소백산의 소백평전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평전으로 꼽히는 덕유평전에 닿는다. 봄과 여름이 되면 너른 평원 위로 야생화와 원추리, 철쭉이 가득 피어나 산객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어느새 순백의 능선이 붉게 물들다가 어둠이 덮일 때쯤 중봉에 올라선다. 안전을 위해 향적봉 대피소에서 묵고 다음 날 향적봉을 향해 나아간다. 

마지막 겨울 덕유를 가로지르는 가슴 뜨거운 도전. 세 사람의 우정과 열정이 가득한 덕유산 종주 산행을 24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영상앨범 산'과 함께 떠나본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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