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과 재회
넷플릭스 '닭강정'서 명불허전 코미디 연기

'닭강정'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닭강정'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안돼, 가지마."

맛 칼럼니스트 홍차(정호연)가 전 연인 백중(안재홍)의 외모를 진심을 다해 찬양한다. 백중은 당연하듯 받아들인다. 이를 지켜본 선만(류승룡)은 정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홍차와 백중이 과거 회상으로 넘어가려 하자 선만은 "안돼, 가지마." 라며 절규한다. 아마도 '닭강정' 시청자 대부분이 여기서 '빵' 터졌을 것이다. 이 신박한 장면을 맛깔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다른 사람이라면 '억지 코미디'가 될 법한 장면도 이렇게나 웃기고 마는 그는 진정 코미디 연기의 1인자다.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코미디가 체질'(?)인 류승룡을 만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 관련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1626만 명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 이후 류승룡과 이병헌 감독이 재회했다. 여기에 언제나 '착붙' 캐릭터로 극의 재미를 더하는 배우 안재홍까지 가세해 제대로 웃긴 작품을 만들어 냈다. 딸이 닭강정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이 감독 특유의 '말맛'과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그야말로 골때리는 '병맛' 시리즈가 완성됐다.

류승룡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기 전, 이병헌 감독이 지나가듯 가볍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닭강정'으로 변한 딸이 있고, 아버지가 있고, 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실없는 농담'처럼 들렸다. 그때 잠깐 혼란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류승룡은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이후에 웹툰을 봤다. '이런 작품이구나' 라고 파악했고, 이병헌 감독의 언어로 재미있게 만져지겠다고 확신했다. 학습된 상태로 시나리오를 봐서 ('병맛' 이야기가) 당황스럽지 않았다"며 웃었다.

류승룡은 "독특한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이런 이야기가 영상화된다는 것이 기대됐다"라며 "저 또한 창작자 입장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닭강정'에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로코가 있고, 가족애가 있고, 인류애까지 있다. 외계인이 등장하고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한다. 닭강정, 좀비, 라바까지 등장한다. 이런 것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배우끼리 쉴 새 없이 티키타카가 이어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과장된 대사 표현, 행동 등이 재미있지 않나. 세트 자체도 연극 같았다. 감독이 이 모든 것을 절묘하게 조율하고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닭강정'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닭강정'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류승룡은 "저는 코미디지만 '진지함'이 코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극 초반 '모든기계' 직원끼리 티키타카 할 때 말고, 딸 민아(김유정)가 닭강정으로 변한 이후에는 '딸이 보여야 한다'만 생각하며 진지하게 임했다"고 했다.

이어 류승룡은 "영화는 감독의 이야기다. 배우가 감독 성향에 맞추는 게 무조건 맞다. 어떤 현장에서는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하지만, 또 어떤 현장에선 대화를 안 한다. 싫어하는 감독도 있다. 이병헌 감독은 이번에 섬세하게 리허설을 하거나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 이미 대본 자체에 디렉션이 다 돼 있었다. 배우들은 대본에 따라 트램벌린에서 뛰어놀 듯 연기했다"라며 "무엇보다 이 감독 영화는 철저한 코미디인데 현장은 늘 진지했다"고 말했다.

'극한직업' 때도 그랬다. 지금까지 코미디를 할 때 늘 그래왔다. 류승룡은 웃기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 매 상황에 진지하게 임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감독이 의도한 코미디가 완성됐다. 여기에 평상시에도 센스 있고 유쾌한 그가 툭툭 던지는 애드리브가 절묘하게 곁들어 지면서 '재미'가 증폭됐다. '닭강정'에서도 순박한 외계인 4인방이 "핵" "미사일" "BTS" 등을 외치며 이상한 몸짓을 해댈 때, "따라 할 뻔했다"라는 대사 역시 그의 애드리브였다.

특히나 이번 '닭강정'에서 류승룡은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다. 명불허전 코미디 연기로 시종 배꼽을 잡게 만든다. 그는 "코미디라는 게 사실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보다 피로감이 크다. 싫증도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막 웃기려고 하는데 안 웃으면 따귀 맞는 느낌이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고 털어놨다. 코미디가 체질인지 알았지만, 고충이 있었다.

이미 출연한 차기작 '아마존 활명수'도 코미디 장르다. 류승룡은 "당분간 코미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그럴 생각이다"라며 "'류승룡 요즘 왜 안 웃겨?' 이런 말이 나올 때까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큼 '닭강정'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라고 했다.

'닭강정'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닭강정'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류승룡은 자신만큼이나 뛰어난 연기를 펼친 안재홍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캐릭터를 구현해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짜 존경스럽다"고 극찬했다.

후배 배우에게 '기특하다'가 아니라 '존경'의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류승룡은 "기특하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한 번도 후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동생이라고도 생각 안 했다. '동료'다. 말 그대로 리스펙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성장판이 안 닫힌다면 나중에 커서 안재홍처럼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류승룡은 '킹덤'으로 지금의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무빙'으로 다 죽어가는 '디즈니+'에 호흡을 불어넣었다. 스크린에 이어 OTT에서도 막강한 저력을 확인시킨 것. 이에 대해 "극장이 어려운 상황에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고, 여러 이야기에 도전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오히려 겸손함을 표했다. 이어 "새로운 캐릭터, 이야기, 장르 등에 주저함이 없다. 저는 그런 걸 좋아하는 성향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극배우로 시작한 류승룡은 난타 공연에 이어 2004년 '아는여자'로 매체 연기에 발을 들였다. 초반 단역, 조연을 넘나들던 그는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랑' '극한직업' 까지 지나면서 믿고 보는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배우로서 목표하는 위치가 있다면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류승룡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등산이라기보다 종주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가던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류승룡은 '닭강정'에 대해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황당한 이야기라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다. 분명히 취향을 탈 수 있다. 자신은 호불호 중 어디일지 도전하는 마음으로 보시길 바란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넷플릭스 '킹덤'을 통해 K좀비로 K콘텐츠 알렸다. 이제 '닭강정'으로 우리나라 작가들의 어마어마한 이야기보따리, K푸드 등이 알려지면 좋겠다"라며 "'닭강정' 레시피도 자세히 나오지 않나. 요즘 미국에서 김밥이 난리다. 닭강정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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