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진선 기자] "졸업한 이후에도 탄탄대로를 걸었겠죠? 타격을 입을 뻔했지만, 잘 넘어갔으니까요."

배우 심수영이 델러헤이의 앞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유한 집, 투앤티투 권력층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렸고,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어갔다. 예민하고 히스테릭한 인물로, 반칙을 일삼으며 권력을 남용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창창한 미래를 맛봤을 것이다. 17살 때처럼, 나이가 들어도 말이다.

배우 심수영. 사진= 김태윤 기자
배우 심수영. 사진= 김태윤 기자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파시즘과 대공황으로 혼란스러웠던 1930년대의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청년들의 고뇌를 다룬 연극. 심수영은 단순하고 비열한 성격의 운동부 주장 ‘델러헤이’로 분한다.

작년에 이어 다시 찾은 '어나더 컨트리'는 오디션을 통해 신인들을 대거 발굴하며, 작품성 뿐 아니라, 배우들을 주목할 작품으로 떠올랐다. 올해 초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 출연해 주목받은 심수영은 '어나더 컨트리'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내보였다.

"잊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기도 해요. 데뷔 때도 생각나고요. 그들의 연기 방식을 볼 때 자극이 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작품을 채워가고 있어요.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모두 적극적이고 작품에 전념하다 보니 많은 얘기도 주고받았어요."

이번 시즌에도 신인 배우들이 많은 '어나더 컨트리'. 작년에 출연한 배우들과, 새롭게 등장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색다른 묘미를 전하고 있다. 심수영 역시 초심을 떠올리게 된다고. 그러면서 김찬호에게 고마운 마음도 드러냈다.

"3장에서 토미 저드랑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 거 같아'라고 조언을 해주셨고, 연습하면서도 '좋았다'라고 칭찬도 아낌없이 해주셨어요. 제가 델러헤이로 오롯이 보일 수 있게 잡아주셨죠."

힘있게 흘러가는 작품이기에, 주옥같은 대사가 많다. 심수영이 생각하는 대사는 어디일까.

"토미 저드 대사 중에 '강한 신념 갖고'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현대 사회에서 봤을 때 지치고 힘든 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아서 좋아요."

배우 심수영. 사진= 김태윤 기자
배우 심수영. 사진= 김태윤 기자

특히 작품 말미에는 인물들의 '미래'가 읊어진다. 꼿꼿하고 자기 신념이 강한 토미 저드보다, 권력층에서 타인을 힘들게 한 인물들이 부귀영화를 누린다. 관객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지만, 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저도 마지막 장면에 마음이 착잡했어요. 많은 생각도 하게 했고요. 권력을 쥔 인물이고, 집안도 탄탄했으니, 졸업하고서도 탄탄대로를 걸었겠죠? 타격을 입을 뻔했지만, 잘 넘어갔으니까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비열했을 거예요."

'어나더 컨트리'는 어디에선가 마주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산다. 다음에 다시 작품에 임하게 된다면 심수영은 어떤 인물이 될까. 분명 다른 인물의 매력도 내보일 만 하다.

"캐릭터가 다 매력 있어요. 도전해 보고 싶은 인물은 가이 베넷인데 저와 어울리는 인물은 토미 저드일 거 같아요(웃음)."

델러헤이로서,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어떤 메시지를 생각하길 바랄까. 심수영은 인물들의 '개성'을 언급했다.

"각 인물마다 서사가 명확하진 않지만, 작품 자체가 캐릭터들마다 개성 강해요. '이런 면이 있었어' 라고 주변 사람들까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죠. 인물들의 그런 뚜렷한 개성 특징 보셨다면, 정말 좋은 관람을 하신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심수영은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 보이고 싶다. '이 배우가?'라는 의외성을 자아내면서, 인물에 상응하도록 말이다. 작품보다 '한 인물'로 보여지길 바란다"라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관객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힘든 시기에 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커튼콜 때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하는데, 제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어서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배우 심수영. 사진= 김태윤 기자
배우 심수영. 사진= 김태윤 기자

사진=김태윤 기자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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