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3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봄날의 자전거 여행’이다. 봄기운에 들뜬 마음을 두 바퀴에 싣고 신나게 달려보자. 겨우내 쌓인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간다. 솔솔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타기 좋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추천 여행지는 ▲물길 따라 자전거 타고 달리는 봄나들이, 시흥 그린웨이(경기 시흥) ▲아름다운 강릉 경포호, 자전거 타고 한 바퀴(강원 강릉) ▲서산A·B지구방조제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아보자, 서산 천수만자전거길(충남 서산) ▲무섬마을로 향하는 봄빛 여정, 영주 자전거길(경북 영주) ▲매화 향 흩날리는 봄날에는, 광양 섬진강자전거길(전남 광양) 등 총 5곳이다.

▲매화 향 흩날리는 봄날에는, 광양 섬진강자전거길

섬진강을 품에 안고 달리는 자전거길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섬진강을 품에 안고 달리는 자전거길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전북 임실에서 전남 광양까지 이어지는 섬진강자전거길은 국토종주자전거길 중 자연미를 가장 잘 살린 코스다. 곳곳에 꽃이 피어 봄철 자전거 여행지로도 인기다. 봄이 시작되는 이맘때 빛을 발하는 곳은 단연 매화마을-배알도수변공원 구간이다.

양쪽 어디서 출발해도 상관없지만, 자전거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무료 대여소가 있는 매화마을에서 시작하자. 매화마을 내 섬진강 테마로드 관광안내소에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매화마을에서 실컷 꽃구경하고 자전거도 탈 수 있으니 일석이조. 3월 8일부터 17일까지 광양매화축제도 열린다.

매화마을에서 섬진강 쪽으로 내려가면 빨간 공중전화 부스 모양 무인인증센터가 보인다. 국토종주자전거길 인증 스탬프가 비치된 장소로, 종주인증수첩 소지자는 스탬프를 찍거나 ‘자전거행복나눔’ 모바일 앱을 통해 사이버 인증을 할 수 있다.

전망 좋은 수월정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전망 좋은 수월정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무인인증센터에서 남쪽으로 달리자, 전망 좋은 자리에 선 정자가 눈에 띈다. 조선 선조 때 나주목사를 지낸 정설이 세웠다고 알려진 수월정이다. 송강 정철이 이곳 정취에 반해 '수월정기'를 남겼다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정자에서 보는 섬진강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정자 주변에는 섬진강에 얽힌 두꺼비 전설을 보여주는 조형물과 안내판이 있다. 모래가 많아 다사강(多沙江)이라 불리다가, 두꺼비 섬(蟾) 자를 써 섬진강이라 불리게 된 유래를 알려준다.

섬진강자전거길은 강과 거리를 벌렸다 좁혔다 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경치를 즐기게 한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경남 하동과 광양을 잇는 여러 다리도 만난다. 섬진강대교는 푸른빛이 가득한 산과 강의 풍경 속에 붉은빛이 강렬한 포인트를 살린다. 멀지 않은 곳에 빨간색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인증 사진 하나쯤 남기고 싶은 우체통 모양 화장실이다. 외벽에 적힌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섬진강 / 마음의 편지를 보내는 곳’이라는 문구가 운치를 더한다.

망덕포구와 배알도 섬정원을 잇는 별헤는다리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망덕포구와 배알도 섬정원을 잇는 별헤는다리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봄바람, 강바람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새 섬진강 끝자락 망덕포구다.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망덕포구는 봄 벚굴, 가을 전어로 유명한 횟집거리인 동시에 윤동주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횟집 사이로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국가등록문화재)이 자리한다. 시인의 주옥같은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공간이다.

윤동주가 생전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다 일제의 방해로 실패하자, 친우 정병욱이 그 원고를 망덕포구에 있는 부모님 댁에 맡겼다. 항아리 속에 몰래 보관한 원고는 광복 후 간행돼 세상에 알려졌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포구와 시를 음미하자.

보행교로 연결되는 배알도 섬정원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보행교로 연결되는 배알도 섬정원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섬진강자전거길의 기점이자 종점인 배알도수변공원이 망덕포구에서 가깝다. 그대로 자전거길을 따라 태인대교를 건너거나, 배알도 섬정원으로 이어지는 별헤는다리로 이동하면 된다. 화물차가 종종 다니는 태인대교 쪽보다 후자를 추천한다. 별헤는다리 끝에 감성 넘치는 배알도 섬정원이 있다. 예쁘게 정돈된 섬에는 빨간색 ‘배알도’ 조형물이 포토 존으로 인기다.

배알도 섬정원 다른 쪽에 놓인 해맞이다리를 건너면 배알도수변공원이다. 이곳에는 무인인증센터와 함께 종주인증스티커를 발급하고 종주인증수첩을 판매하는 유인인증센터도 있다. 별헤는다리와 해맞이다리는 보행교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한다.

매화마을과 배알도수변공원을 잇는 약 20km 광양 섬진강자전거길은 일부 오르막 구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완만하다. 매화마을과 광양읍 쪽 운전면허시험장 입구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가 있으니 일부 구간이라도 가볍게 즐겨볼 만하다. 

자전거길 바로 옆의 강변산책로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자전거길 바로 옆의 강변산책로_김수진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자전거로 섬진강 변을 달린 뒤에는 광양 원도심으로 이동해 문화 예술 탐방을 하자. 그 시작은 도시 재생 사업으로 탄생한 복합 문화 공간 인서리공원이다. 원도심의 낡고 빛바랜 곳이 제각각 새로운 쓰임새를 얻으며 골목 풍경을 바꿔놓았다. 오래된 한옥은 아트숍과 카페, 숙소로, 버려진 양곡 창고는 갤러리로 변신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서리공원에서 전남도립미술관까지 골목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어본다. 옛 광양역 부지에 들어선 미술관은 유리로 된 외벽, 직선과 사선을 이용한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시기별로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며, 도슨트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참여형 교육 공간인 어린이아틀리에, 휴식 공간인 카페와 아트숍도 갖춰 알차다.

미술관 바로 앞에 폐창고를 리모델링한 광양예술창고가 자리한다. 전남도립미술관과 함께 2021년 문을 열었으며, 미디어A동과 소교동B동으로 구성된다. 미디어A동에는 영상실과 이경모아카이브, 갤러리가, 소교동B동에는 문화쉼터와 어린이다락방, 다목적실이 있다. 흥미로운 인터랙티브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는 영상실, 전시·체험 공간, 카페가 어우러진 문화쉼터는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저작권자 © 뉴스컬처 (NEWS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