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우들, 물리적으로 기회 적어"
"'그때도 오늘' 여성 버전 시놉시스 작업 중"
"배우들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한 '비클래스' 될 것"

오인하 연출 겸 작가. 사진=본인 제공
오인하 연출 겸 작가. 사진=본인 제공

(인터뷰①에서 계속)

한 집단에 너무 가까이 자리해 얼룩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너무 깊숙이 있기에 뼈저리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오인하는 후자였다. 연극을 시작하며 여성 배우에게 주어진 기회가 적음을 몸소 체험한 그는 여성 배역을 창작 지표로 새겼다. 작·연출을 맡은 ’비클래스’에 여성 선생님이 등장하거나 여학생 버전이 탄생한 것도 그의 의지 때문이었다.

"사적인 욕심인데, ’그때도 오늘’ 이전에 순수 창작할 때 여성 배우를 출연시키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한 결심이다. 이는 여성 배우들이 물리적으로 기회가 적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클래스’ 역시 4명의 학생 이야기였던 초고에서 선생님 역할을 추가해 성별 전환이 없더라도 여성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게 했다."

’그때도 오늘’ 작업 과정에서도 위안부 문제 등 여성들의 역사적 이야기를 그리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극단 상황 상 남성 배우만 함께하게 됐다. 이후 ‘그때도 오늘’이 성공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그 결과물을 본 오인하는 다시 펜을 꺼내들었다. 동일 장르의 여성 2인극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 것이다.

그는 “‘비클래스’ 연습과 함께 틈틈이 시놉시스를 쓰고 있다. ‘그때도 오늘’의 네 가지 에피소드처럼 여성 2인극도 세 가지까지 썼다. 이제 딱 하나 남았다"고 말해 기대를 자아냈다.

이어 "앞서 써둔 작품들 중에서도 아직 공연이 되지 않은 작품들이 몇 작품 있기 때문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어느 회사와 어떻게 하게 될지는 확답할 수 없지만, ‘비클래스’가 젠더를 바꿔서 공연했던 것처럼 새롭게 올려보고 싶다"며 "이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시발점이 되더라. 제가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하지 않으면 누구도 해주지 않을 거니까. 그래서 요즘은 연습 쉬는 시간이나 집에 가는 길에 계속 상상을 한다. 또 다른 소시민 영웅들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연극 '비클래스' 포스터. 사진=골든에이지컴퍼니
연극 '비클래스' 포스터. 사진=골든에이지컴퍼니

반면 오는 2월 25일 개막하는 ‘비클래스’ 사연에서는 여성 버전을 만나볼 수 없게 됐다. 이를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오인하 본인이었다. ‘비클래스’ 여성 버전을 올리고 나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십 번이고 반복했던 터라 아쉬움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초연 때부터 여학생 버전의 대부분을 미리 써놓았던 작품이었고, 제작사 쪽에서도 여학생 버전을 너무나 좋아해주셨다. 그러나 공연은 저 혼자만의 의지로 올라가지 않으니 아쉬울 다름이다. 연출을 맡고 있는 저 자신도 언젠가 다시 ‘비클래스’가 여학생 버전으로 올라오기를 너무나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을 거다. 여학생 버전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만큼 혹은 그것보다 더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배우들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2022년판 ‘비클래스’는 제작사가 바뀐 만큼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무대 의상이 달라졌고, 무대 또한 사뭇 달라진 분위기로 다가간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연출가와 작가는 항상 고비를 겪는다. 이전 제작사와 만들어 놓은 것들을 가져갈 수 없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 오인하는 오히려 이런 점이 신난다고 말했다.

“사실 ‘비클래스’는 다시 안 해도 좋을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여학생 버전을 마지막으로 작품을 통해 해보고 싶었던 걸 다해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화를 겪으면서 제게 새로운 숙제가 던져진 것이다. 또 무언가 고생하고 노력할 거리가 생겼다.(웃음) 작품 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연습 초반이라 어떤 부분이 특별하게 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배우들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게 만들려 한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 프레스콜에 참석한 오인하 연출 겸 작가. 사진=뉴스컬처DB
연극 '메모리 인 드림' 프레스콜에 참석한 오인하 연출 겸 작가. 사진=뉴스컬처DB

극단의 막내 자리를 맡고 있는 오인하는 이번 작품에서 맏형 라인이 됐다. 2000년생인 정지우를 비롯해 지호림, 김찬종, 이지현, 노태현 등 젊은 배우들이 참여한 것. 그는 “젊은 친구들인데 너무 잘 한다. 꼭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아야만 잘하는 게 아니더라. 이번 작품은 퀄리티 높은 작업으로 완성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며 젊은 배우들, 창작진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스스로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무대와 함께 드라마와 영화 작업도 논의 중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최초 시나리오 작가 에이전시인 WAF(Writers Agency of Finecut)가 오인하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WAF는 ‘버닝’, ‘밀정’, ‘곡성’ 등 약 200여 편 영화들의 해외배급을 맡은 화인컷이 인사이드픽쳐스 함께 론칭한 브랜드다. 그는 ‘비클래스’ 이후 작업이 구체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극본, 연출, 연기 등 ‘오인하의, 오인하에 의한, 오인하를 위한 1인극’을 제작할 의향이 없냐 물으니 “망할 것 같은데요. 그냥 망하는 것도 아니고 폭망!”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답하는 동시에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많으니 꼭 실어달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그의 작품 속에 자리한 특유의 위트가 고스란히 묻어난 답변이었다.

저작권자 © 뉴스컬처 (NEWS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