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리뷰
홍광호의 명불허전 활약

홍광호의 무대는 매번 새롭다. 이전과 같은 무대에 올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매회 다른 매력을 담아낸다. 이번 `지킬앤하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여러 차례 지킬과 하이드로 분하며 신뢰감을 굳건히 쌓은 무대인데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캐릭터를 다채롭게 변주해 관객의 감탄을 유발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배우 홍광호.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배우 홍광호.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제작 오디컴퍼니)는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대립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2004년 국내 초연된 이후 누적 관객수가 1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뮤지컬에서는 지킬과 엠마, 루시의 관계성을 추가해 스토리를 풍성하게 했다.

스토리 라인뿐만 아니라 넘버와 무대도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뮤지컬 문외한에게도 익숙한 `지금 이 순간`부터 지킬의 인격과 하이드의 인격을 긴박하게 오가는 `대결`(The Confrontation),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등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넘버들이 관객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지킬의 방과 루시가 일하는 클럽 등 담백하게 꾸며진 무대는 장면의 분위기를 살리고, 1800여 개의 메스실린더로 채워진 2층 구조의 실험실 무대는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배우 선민.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배우 선민. 사진=오디컴퍼니

압권은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오랜만에 `루시` 역으로 돌아온 선민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선을 끌고,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엠마`를 연기하는 민경아 역시 한층 자연스러워진 연기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배우 민경아.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배우 민경아. 사진=오디컴퍼니

한 명의 배우가 선을 품은 `지킬`과 악을 품은 `하이드`, 극과 극의 두 인격을 오가는 것이 `지킬앤하이드`의 매력. 홍광호는 2008년 처음 `지킬앤하이드` 무대에 오른 이후 이번 시즌 네 번째로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하고 있는 만큼 농익은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지킬과 들짐승처럼 거칠고 날 선 하이드를 이질감 없이 오가는 연기로 감탄을 안기는 것은 물론, 고난도의 넘버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또 한 번 독보적인 실력을 입증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장면.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장면. 사진=오디컴퍼니

특히 `지금 이 순간`이 흘러나올 때는 모든 관객이 숨을 죽이고 홍광호만을 바라본다.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귀에 익었을 정도로 익숙한 넘버인데도, 홍광호의 능수능란한 강약 조절과 객석을 압도하는 성량에 관객은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가 `지금 이 순간`에 담아내는 지킬의 신념과 확신이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여러 시즌에 걸쳐 같은 작품, 같은 캐릭터를 소화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색다르고 보는 맛이 있게 표현해내는 것은 홍광호의 강점이자, 관객이 홍광호의 무대를 계속해서 찾게 되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이 `지킬앤하이드`의 대표 넘버로 손꼽히지만, 홍광호의 경이로움을 극대화하는 장면은 `하이드`의 모습이 담긴 `얼라이브`(Alive), `대결`(The Confrontation) 등이다. 차분한 면모를 지닌 지킬에서 순식간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야성적인 하이드로 변해 울부짖는 홍광호의 모습은 보는 이의 온몸이 전율로 휩싸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처럼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는 단순히 문화 향유를 위한 공연 관람을 넘어 일종의 강렬한 체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지킬앤하이드`는 오는 20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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