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관객을 웃고 울리는 배우들부터 미래의 예비스타까지 서정준 객원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들을 알아보는 인터뷰 코너 '서정준의 원픽'입니다.

[서정준 객원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이제부터 '차미'의 '김고대'가 아닌 '배우 황순종'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선 앞서 말씀드린 경험을 공유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이 있겠고요. '전설의 리틀 농구단' 할 때 이야기인데 그때는 공연이 끝난 뒤 팬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거든요. 어떤 분께서 '오늘 너무 힘든 일이 있었는데 공연보고 다 잊었다'는 거에요. 그때 정말 머릿속에 '배우되길 잘했다'는 글자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작게 보면 한 개인의 감정변화지만 크게 보면 누군가의 하루에 영향을 미친 거잖아요. 그런 경험을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과 나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니까요.

반면 배우로서 느끼는 힘든 점도 있을 거예요.

신인이라 힘든 게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제 안의 균형을 찾는 것'이 힘들어요. 스스로 중심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아직 노하우나 테크닉이 없으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매번 에너지를 쏟아 진심을 다하는 것 뿐이에요. 그런데 어떤 때는 1주일에 5회씩 공연할 때도 있거든요. 어느 순간 공연을 잘 끝내고 집에 와서 누웠는데 '내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내가 뭘 위해서 살고 있지?', '나는 뭘까' 그런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럴 때가 힘든 점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도 평생 이런 걸 계속 느끼면서 살아야 할텐데 그 안에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을까 고민되요. 원래는 걷는 걸 좋아해서 그냥 이럴 땐 무작정 걸었는데 허리를 다치며 운동을 못하게 돼서 여러가지 저만의 취미를 찾으려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머릿 속에 딱 떠오른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영어뮤지컬 대회를 나갔는데 '정글북'이었을 거예요. 지금으로 따지면 앙상블 같은 역할이었는데 그걸 하면서 '난 배우 해야지' 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자리잡았어요. 그전엔 소극적인 사람이었는데, 그 작품 이후로 장래희망란에 써놓은 걸 보면 늘 '배우'였어요. 언젠가는 영화배우, 언젠가는 뮤지컬배우 그랬지만 '배우'라는 글자는 변하지 않았죠. 만약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변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막연함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것 같아요.

나이 먹고 싶다. 어려지고 싶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요?

왔다갔다하면 좋겠지만(웃음), 고른다면 나이를 좀 먹고 싶어요. 30대 후반 정도. 지금은 불안한 시기거든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찾은 시기,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공연을 같이한 어떤 형이 '자긴 33살이지만 아직도 21살 같다'고 했었거든요. 그런 거 보면 나이를 더 먹는다고 해서 해답을 찾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 좀 덜 불안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또 배우를 하게 될까요. 아니면 관심이 있는 다른 직업이 있을까요?

지금을 다 잊고 태어난다면 배우를 하겠지만 지금의 경험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면 배우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다시 태어나면 사업을 해서 제 회사를 차리고 싶어요. 지금도 그런 목표가 있어요. 나이를 더 먹으면 기획사까진 아니어도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작품, 전시, 영화 등등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거죠.

하루 24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일까요.

23시 43분…? 딱 씻고 비타민 하나 먹고 누우면 그 시간이에요.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게 공연을 '잘' 끝나는 거죠. 그런 다음에 씻고 누워야 평온한 느낌이 있어요. 요즘은 날씨가 적당히 좋기 때문에 창문도 열어두고. 아, 다음날 아침에 일이 없어야 해요(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배우'란 무엇일까요?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게 있는데 여행 같은 직업이에요. 제게도 그렇고요. 사람이 여행을 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 일상의 소중함이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공연을 보러 올 때 관객들이 다시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때 다르게 보이는 마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여행처럼 배우라는 직업도 일상의 새로운 공기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을까요.

요즘 시기가 시기인만큼 귀한 발걸음인 걸 알기에 한 회 한 회 소중하게 해나가겠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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