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관객을 웃고 울리는 배우들부터 미래의 예비스타까지 서정준 객원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들을 알아보는 인터뷰 코너 '서정준의 원픽'입니다.

[서정준 객원기자] 반짝거리는 배우 황순종을 만나다.

지난 10일 오후 신당역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차미'에 출연하는 황순종을 만났다.

오는 7월 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되는 '차미'는 보통의 평범한 취준생 ‘차미호’의 SNS 속 완벽한 자아 ‘차미’가 현실 속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차미호’ 역에 유주혜, 함연지, 이아진, ’차미’ 역에 이봄소리, 정우연, 이가은, ‘김고대’ 역에 최성원, 안지환, 황순종, ‘오진혁’ 역에 문성일, 서경수, 강영석, 이무현이 참여한다.

황순종은 2019년 '어나더 컨트리'로 데뷔한 신인이다. 화려한 역할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전설의 리틀 농구단'과 '지구를 지켜라'를 거치며 순식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막 공연계에 발을 내디딘 이가 동료들의 호평을 받으며 일을 시작하긴 쉽지 않은 편인데 황순종은 그 어려운 것을 해내며 '차미'의 무대에 섰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데뷔 387일차인 신인 뮤지컬 새싹 26살 황순종입니다.

자기소개를 들어보면 요즘 이 사람의 관심사를 알 수 있죠. 데뷔 n일차를 먼저 얘기했는데 남다른 의미가 있나봐요.

같이 작품한 형들이랑 나이차도 있고 하니 데뷔작이 뭐냐, 데뷔를 언제 했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데뷔 100일, 200일 이런 걸 챙겨주셨고요. 그렇게 기념일을 챙겨주시다보니 아 내가 (지금)이렇구나 싶었죠. 데뷔 1년이 됐을 때도 이제 더이상 어리진 않구나 싶어서 책임감도 더 생기고요. 연습할 때도 '난 아직 1년 됐는데 지칠 수 없어. 형들처럼 열심히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원래의 저는 생일도 잘 신경쓰지 않는 편이거든요. 가족들끼리도 그냥 식사나 같이 하지. 선물을 주고받거나 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챙겨주시는 덕분에 (날짜를)많이 의식하게 된 것 같아요. 형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놀리기도 해요.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할 때 데뷔 100일을 축하하는 서포트를 보내주셨거든요. 그랬더니 같이 하는 형들이 자긴 얼마전에 10주년이었다고 했죠. 얼마전 데뷔 1년 때도 함께하는 누나들이 '난 8년, 난 13년'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의식하게 돼요(웃음).

스스로 데뷔 n일차의 신인이라는것을 숫자가 아닌 피부로 느끼는 감도 있을 거에요.

무대에서도 많이 배우고 연습 때도 많이 배우죠. 예를 들면 (최)성원이 형한테도 많이 배웠어요. 사람이 늘 경험과 성숙함이 비례하진 않는데 (최)성원 형은 데뷔 10년차면서 저랑 10살 차이의 선배님이에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연습할 때도 자기 중심을 지키면서 가는 모습이 잘 보여서 많이 배웠어요. 처음에는 연습실 분위기도 워낙 화기애애하고 왁자지껄해서 '나도 재밌게 '김고대'를 찾아봐야지' 했는데 (최)성원이 형은 대본을 먼저 읽고 '김고대'를 더 빨리 찾아오시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 캐릭터가 아날로그형 인간이거든요. 대본에는 '해쉬태그(#)○○', 그런 대사가 있는데 성원이 형이 첫 리딩 때 그걸 '우물정(#)○○' 그렇게 읽는 거에요(웃음). 그런 일상속에서의 준비나 기발함을 많이 배웠어요. 연습이 아닌 무대 위에서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저보다 훨씬 선배님들인 분들과 무대에 서잖아요. 첫 공연 때도 이미 너무 잘하신다 느꼈는데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잘하시는 걸 느껴서 저 스스로 더 바빠져요. 이번에는 이렇게 해봐야지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과제로 만드는 타입이거든요. 오늘 공연은 눈을 잘 바라보며 해야지. 저번엔 이게 잘 안됐으니 이걸 해봐야지. 그런 걸 생각하는데 누나들은 그냥 모든 면에서 정말 밀도가 계속 높아져요. 차미호는 정말 차미호라는 사람 같고, 차미 역시 정말 차미같아요.

내가 만나고 느끼는 '차미'는 어떤 작품인가요.

일단 무척 소재나 표현이나 트렌디해요. 어찌보면 가벼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좀 본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아닐까요? 누구나 스스로에게 100% 만족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누구나 좀 더 나은 나를 꿈꾸기도 하죠. 그런 문제에 있어 정답이 아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어요.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본질적인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어떤 단순한 대사나 노래에서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가사 중에 '부딪혀 상처를 긁어내봐 안하던 짓을 해봐 그럼 너만의 색이 드러날 거야' 그런 가사가 있는데, 무대에 서게 되면서 주변에서 저를 보는 눈들이 생기기 시작하니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전한 것을 택하려 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가사들을 보면서 어떤 방향성을 느끼기도 했어요. 겉으로 보면 단순히 SNS를 통한 성장스토리인데 안에 담긴 메시지는 꽤 중요한 게 있지 않나 싶어요.

그렇다면 이어서 황순종이 만난 '김고대'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키워드로 따지면 '아날로그'가 있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봐주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이었어요. 김고대는 눈에 뭐가 보인다고 바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지켜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되려 자신은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을 의식하면 사람이 그렇게 되기 어려운데 고대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라서 자기 가치가 중요하고 그걸 기준으로 타인을 지켜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계속해서 미호를 지켜보고 미호가 좀 어긋나는 것 같다고 생각돼도 바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뒤에서 지켜봐주고 상냥하게 조언을 건네기도 해요. 미호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권하지 않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대에서는 특히 참 연기하기 어려운 느낌의 인물이에요.

맞아요. 뭘 해야되는 게 배우인데 뭘 하지 말아야 하잖아요. 게다가 다른 캐릭터가 다들 너무 세거든요. 그런 가운데 고대는 지켜보는 사람이지만 정말 가만히 서있기만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들(김고대 역 배우)끼리는 늘 하이퀄리티의 연기가 아닌가 해요(웃음). 또 은근히 고대의 유머감각이나 센스도 좀 드러내줘야하고, 그런 게 어렵죠. 진지한 대사들도 하지만 4차원 또라이같은 행동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오진혁한테 마법이 걸리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갑자기 말도 안 되게 망가지는 모습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연기톤의 중심점을 찾아가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 인사를 나누면서 사실 무대 연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무대를 직접 겪으며 느끼는 경험적인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요.

사실 한예종에선 주로 단편영화 작업 같은 걸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 무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뮤지컬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인데 연극으로 데뷔하게 됐죠. 원래 연기할 때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 툭툭 꺼내는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선배님들이 '무대 위에서는 쇼를 해야 한다', '무대는 보여주는 곳이니 표현을 해야한다'는 점을 많이 이야기했어요. 처음에는 그게 어려웠죠. 예를 들면 내가 1, 2를 느꼈는데 왜 5를 보여줘야 하지? 싶었는데 막상 시도해보니까 5를 하고 나면 거기에서 다시 따라오는 게 있었어요. 그러면서 무대를 서보니 '내 안에 에너지가 좀 있구나' 싶은 거예요(웃음).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났지만, 해보니 재밌어요. 그리고 제일 좋은 건 배우들끼리 매일매일 무대에서 눈을 맞추며 소통하고, 그리고 그걸 다시 관객과 소통하는 경험이에요. 정말 재밌어요.

1부 마지막 질문입니다. 뮤지컬 '차미'를 예매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각양각색의 배우들이 있고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을 거에요. 배우들마다 배역마다 맛이 달라요. '배스킨라빈스 31' 같아요. 맛도 다르고 사이즈도 다르죠. 그런 여러가지 케미들이 있기 때문에 '쿼터 아이스크림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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