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박혜나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기자의 질문에 마주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따뜻함을 넘어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다. 진솔하게 털어놓은 답변 하나하나에는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시티오브엔젤'(연출 오경택, 제작 샘컴퍼니·CJENM)은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 스타인과 그가 만들어낸 시나리오 속 주인공 스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이어가는 '극중극'의 형식을 띠는 작품이다.

작품에 임하게 된 계기를 묻자 박혜나는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음악이 너무 좋았다. 캐릭터의 중요도가 한 인물에 쏠려있지 않고 각자 맡은 바가 있는 작품이다. 함께하는 배우들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같이 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분명히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한 번 더 꼬아서 관객을 생각하게 만드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웃음 코드가 있는데, 관객분들이 좋아 해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남은 기간동안 매 순간 새로운 호흡을 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도나와 울리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티오브엔젤'은 극 중 동일 인물인 스타인과 스톤을 제외하고 모든 캐릭터가 1인 2역을 연기한다. 박혜나 역시 순수한 매력을 지닌 스톤의 비서 울리와 팜므파탈적 면모를 지닌 버디의 비서 도나를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박혜나가 1인 2역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엘렌과 에바를 동시에 연기한 것.

박혜나는 "어쩌다 보니 연달아 기회가 왔다. 재미있다. '프랑켄슈타인' 때는 두 역할이 정말 다르기 때문에 1인 2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두 역할이 순식간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캐릭터인데 굳이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냥 무대 위에서 순간을 살다 보니 다른 역할로 받아들여 주셨다.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다"라고 1인 2역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18인조 빅밴드가 이끄는 재즈풍의 넘버 역시 '시티오브엔젤'을 택한 계기가 됐다. 박혜나는 "선이 살아있고 박자가 다 살아있다. 새로운 장르라서 그 특성을 살리고 싶었다. 관객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가사는 아니라서, 그루브를 살리면서도 가사 전달에 신경 쓰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박혜나가 연기하는 도나와 울리는 원작 속의 인물과 조금 다르다. 최근의 여성상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제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모습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캐릭터 색깔을 벗어내는 게 목표였다. 도나가 단순히 스타인을 도와주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도 있고 능력도 있는 인물이다. 스타인을 도와줬지만 그에게 목숨 거는 여성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여성이다. 원작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이 시대에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단단한 신념을 밝혔다.

'시티오브엔젤'은 '흑백과 컬러의 대비'를 통해 현실과 영화 속 시점을 나누어 선보이는 것이 특징. 여기에 조명과 영상이 탁월하게 어우러지며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박혜나는 "영상에 대한 설명은 들었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모르지 않나. 그런데 무대랑 조명을 직접 보고 나니 배우들이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자도 우리의 모습이라는 마음으로 그림자도 보면서 연기한다"고 웃었다.

재즈 풍의 넘버와 색채의 대비, 독특한 분위기를 유발하는 조명과 영상의 사용. 뮤지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 찬 무대다.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법했다. 박혜나는 "그런 어려움들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작품의 어려움, 불친절함은 관객을 위한 것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것을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색다른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배우들이 더 열심히, 잘 전달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박혜나는 최근 '시티오브엔젤'은 물론 '킹아더', '오디너리 데이즈' 등 주로 초연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들이 저에게 왔다. 작품을 정하는 것도 운명인 것 같다. 어떤 작품은 '하지 말까?'라고 고민했는데 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할까?' 했는데 안 하기도 한다. 또 제가 창작 초연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남이 아직 해보지 않은 작품. 제가 확실히 그려나갈 수 있는 게 재밌다. 뭔가 정해져 있으면 그게 더 두렵다. 더 잘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어 가는 게 더 좋은, 즐거운 결과물로 남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살아있는 애드리브가 많아야 하는 작품이에요. 어려운 작품이어서 잘 올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작품입니다. 어려운데 즐거워요. 그게 참 신기해요."

한편 '시티오브엔젤'은 오는 2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샘컴퍼니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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