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이 말하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뉴스컬처에서 새롭게 인터뷰 코너 '서정준의 원픽'을 진행합니다. 무대에서 관객을 웃고 울리는 배우들부터 미래의 예비스타까지 서정준 객원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들을 알아보는 인터뷰입니다.

[서정준의 원픽] 당찬 신인. 이서영의 새로운 도전히 시작됐다.

지난 18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에 출연한 배우 이서영을 만났다. '사비타'는 1995년 초연을 시작해 20년 이상 공연을 지속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계를 이끌어온 저력있는 작품이다. 2016년부터 새롭게 시즌제를 도입, 2019년 1월부터 시즌 8을 시작했다.

이서영은 '사비타' 시즌 8에서 첫 출근에 해고당한 실수투성이 웨딩 이벤트업체 직원 '유미리'를 맡았다. 걸그룹 '마틸다'의 세미, '파이브돌스' 출신 서은교, '씨야' 출신 이보람 등이 출연하며 젊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선보인 역할로 '헬로비너스' 소속의 이서영에게도 잘 맞는 옷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역할이다.

원래부터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한다며 1년치 티켓이 '이만하다'고 말할 정도로 뮤지컬에 애정을 가진 이서영. 그가 만들어낼 유미리는 어떤 색깔일까 궁금해졌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헬로비너스 멤버에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 태어난 서영이라고 합니다.

보통 공연쪽으로 데뷔할 땐 그룹명을 함께 표기하거나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이서영' 이렇게 나와서 처음엔 '헬로비너스'라는 걸 몰랐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의 첫 시작이잖아요. 혼자만의 길을 걷는 게 처음이거든요. 헬로비너스라는 이름으로 힘을 얻고 갈 수도 있겠지만, 저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웃음).

단순히 갑자기 뮤지컬에 데뷔하게 된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콜'에 도전하기도 했고요. 뮤지컬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제가 2008년에 김종욱찾기를 보고 뮤지컬이 재밌다고 깨달았거든요. 이후 운 좋게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아역으로 뮤지컬 데뷔를 했었어요. 그때 뮤지컬 배우의 재미를 느꼈거든요. 그게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됐죠. 그때는 멋모르게 그냥 즐겁게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제 주관도 생기고, '사랑은 비를 타고'가 3인극이기에 제가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이야기와 노래가 있죠. 그래서 그때보다는 분석이나 생각이 더 깊어진 느낌이에요.

그렇다면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소개 한 번 부탁해요.

저는 유미리 역을 맡았는데요. 첫 직장 첫 출근 날에 많은 의무감과 중압감을 갖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긍정적으로 유쾌하게 일을 풀어나가는 친구에요. '사랑은 비를 타고'는 가족, 형제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또 유미리를 보며 '나도 저랬었지' 하고 자신의 어릴 적을 되돌아보게 만들죠.

전통있는 작품이고 아이돌 출신의 다른 선배들이 많이 거쳐간 작품이에요. 의미있는 데뷔가 아닐까 싶어요.

이 작품이 20년이 훨씬 넘은 작품이잖아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증거죠. 그런 작품을 제가 한다는 건 영광이에요.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데뷔한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라서 자랑스럽고요. 하루하루 감사하고 소중하게 하고 있어요.

지난 4일에 첫 공연을 했죠. 느낌이 어땠나요?

그땐 정말 하고 싶던 일이니까 꿈만 같았어요. 진부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첫 등장, 첫 대사, 첫 노래가 참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유미리가 그 스타트를 끊어야 하거든요. 부담도 있었지만 선배님, 연출님, 감독님 들이 모두 저를 잘 이끌어주셔서 긴장감 속에서도 즐거운 첫 공연을 했어요. 제 삶에서 잊을 수 없는 날 TOP 3 안에 들어가요(웃음).  그리고 제가 시즌 8 첫공이기도 했는데, 무대에 떨리는 마음으로 나섰더니 1, 2열에 제가 얼굴을 아는 팬분들께서 와주신 거에요. 덕분에 긴장이 탁 풀렸어요. 뭔가 힘을 얻는 느낌으로 공연할 수 있었죠. 공연 끝나고 너무 감사해서 오신 분들께 모두 악수를 먼저 청했어요.

연습할 때와 실제로 관객을 만날 때 느낌이 달랐을 텐데 어땠나요?

연습할 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이나 호응을 주실지 몰라서 연습할 때가 오히려 더 무서웠어요. 연출님께 평가받기도 하고 동료들끼리 서로를 보며 좋은 걸 추가하고 나쁜 걸 빼가는 과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공연은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거고, 그걸 보고 관객들이 무대와 함께 호흡하시기 때문에 더 즐겁고 재밌었어요.

그렇다면 관객과의 호흡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제 장면이 아니긴 하지만, 스포일러가 되기에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어도 동현이가 형에게 '어떡하지?' 하니까 동욱이가 '밥이나 먹지. 뭐.'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에서 관객들도 반응이 좀 강하게 오시더라고요. 저도 연습때마다 늘 눈물이 났어요. 선배님들이 워낙 잘해주시니까요.

그럼 이번엔 뮤지컬 배우 이서영에 대한 어필도 해보도록 할까요(웃음). 본인의 매력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가수할 때는 퍼포먼스 위주로 많은 생각을 했어요. 3분 안에 관객들, 대중들을 사로잡아야 하잖아요. 반면 뮤지컬은 100분 동안 잘 이어가고, 흐름을 끊지 않으며 하나의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특히 트레이닝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춤이나 노래, 연기 모두요. 또 여섯 명이 함께하다가 혼자해야 하니 어떻게 하면 무대 장악력을 키울 수 있을까도 고민했죠. 지금은 처음에 비해서 저만의 무기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연기나 노래, 춤을 동시에 하는 게 뮤지컬이다보니 다…할 수 있는 게 매력이지 않을까요?(웃음) 물론 아직 부족하니까 계속 배우고 더 만들어가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의 경험만을 가지고 다시 매체로 돌아가는 경우들도 있어요. 하지만 배우 이서영은 뮤지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사비타'를 만날 때까지 늘 제가 직접 오디션을 지원하고, 도전했었어요. 떨어지기도 많이 떨어져서 아픔도 많았죠(웃음). 그러나 덕분에 좋은 작품으로 데뷔하게 돼서 행복해요. 그리고 저는 가수로 돌아가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이게 제 첫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계속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오디션도 도전하고 있어요. 제 목표는 2019년에 두 작품 이상에 출연하는 거에요(웃음).

두 작품을 하지 않고 '사비타'와 장기계약을 할 수도 있어요(웃음).

물론 그럼 영광이죠. 그리고 시즌 10 때 '사비타'가 25주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꼭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전 유미리에게 애정이 많거든요. 저랑 너무 잘 맞는 친구에요. 첫 직장이고 첫 출근이라 실수가 많지만, 그래도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잖아요. 저도 열심히 하고 연습 때 많이 깨지기도 했지만(웃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첫공을 올리게 돼고 지금도 계속 공연하고 있잖아요. 성격도 미리랑 닮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낯을 좀 가리면서도 하이텐션이거든요. 웃음소리나 리액션이 커서 헬로비너스에서도 리액션 담당이라고 불렸고요. 그런 면이 너무 저와 싱크로율이 높아서 더 애착이 가요. 이런 기회를 주신 연출님께도 너무 감사해요.

'사비타'는 좋은 작품이지만, 오래된 작품이잖아요. 90년대 작품이라서 다르게 와닿는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해도 전 특별한 거리감이 없었어요. 굳이 따지자면 미리가 웨딩이벤트업체 직원으로 나오잖아요. 전 처음 봤는데 그때는 그런 직업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이게 뭐지?' 했는데 그냥 읽어보니까 특별히 다른 일은 아니어서 어색하진 않았어요. 제가 후기나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인데(웃음) 유미리를 보고 꼭 '직업'보다는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에 많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나도 어릴 때 저랬었는데'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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