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할수록 어려워…'성취감'이 원동력"
"어려운 시기이지만 소소하고 즐거운 일이 많아"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퍼씨, 셸비 역을 맡은 유주혜, 방진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퍼씨, 셸비 역을 맡은 유주혜, 방진의. 사진=김태윤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핏파이어 그릴’에서는 식당이 팔리지 않자 사연을 통해 10달러에 가게를 넘겨주는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극 중 인물이 아닌 본인이었다면 어떤 사연을 보냈을까 묻는 질문에는 상반된 답변을 주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도시에서 화려한 조명이 반짝거리며, 음향이 빵빵한 무대 위에 서는 뮤지컬 배우의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마음 편하게 배우의 생활을 내려놓고, 방울토마토를 열심히 키우며 음식을 해 먹는 편안한 생활을 보내고 싶습니다.”(유주혜)

“저는 리모델링 후 모던한 그릴로 바꿔서 붐비는 식당을 만들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 이름도 ‘방진의네 식당’, ‘방스토랑’으로 바꾼 후 수제버거를 파는 집으로 운영할 거예요.”(방진의)

‘스핏파이어 그릴’에는 여러 인물이 출연하는 만큼 다른 배우와의 호흡은 어떨까. 유주혜는 퍼씨의 러브라인을 함께 하는 조 역할의 두 배우에 대해 언급했다. “이주순, 최재웅 둘 다 열심히 한다. 주순이는 엄청 열정적이고, 그 열정이 에너지로 다가와요. 재웅이는 선하고 맑아요. 맑음이 에너지로 다가온다. 그래서 재밌어요.”

방진의는 마찬가지로 남편 케일럽 역을 맡은 배우들과 이 부부는 어떤 부부였을지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표면에 드러나는 게 많지 않으니 이야기를 나눴는데, 참 복합적이더라고요.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무미건조한 부부죠. 케일럽은 셸비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했지만, 셸비가 재미없이 살아갔을 것 같아요. 무대 뒤에서는 둘 다 순하고 착한 배우들이에요.(웃음)”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퍼씨 역을 맡은 유주혜.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퍼씨 역을 맡은 유주혜. 사진=김태윤 기자

두 사람은 ‘펀홈’에서 처음 만났다. 하지만 한 인물을 시대 별로 나눈 캐릭터가 등장장해 같은 인물을 연기한 두 사람은 마주볼 수 없었다. 방진의가 맡았던 43살의 앨리스는 과거 이야기를 하는 서술자에 가깝고, 유주혜가 맡은 19살의 앨리스는 드라마의 진행자에 가깝기 때문에, 방진의는 유주혜를 볼 수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했다.

방진의는 ‘펀홈’ 때 “역할의 특징상 서로 눈도 못 마주쳤다”며 “연습실에서 눈을 잠깐이라도 마주치면 ‘안 돼, 안 돼’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피했다”고 답했다. 유주혜는 “언니와 정말 함께 연기하고 싶었다”며 “지금은 마음껏 눈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웃었다.

이어 “진의 언니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 함께 있으면 ‘스핏파이어 그릴’ 안에 있는 것처럼 관객이 지켜보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4의 벽이 엄청 두꺼워진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방진의는 “나는 정말 긴장을 많이 한다”며 “나도 주혜를 보면 편안함을 느끼는데, 내가 긴장하는 모습을 못 봐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서로가 바라보는 상대방은 어떨까. 방진의는 “유주혜의 노래를 듣고 연기를 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친다”고 극찬하며 “함께 울고 웃으며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고 칭찬했다. 유주혜는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언니의 팬이었다”며 “서로가 생각이 비슷한 게 많다. 화려하게 내세우지 않는 점도 닮았다”며 “언니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괜히 눈물이 나고 울렁울렁한 게 있다”고 따뜻한 칭찬의 시간을 가졌다.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셸비 역을 맡은 방진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셸비 역을 맡은 방진의. 사진=김태윤 기자

두 배우는 도합 연기경력이 40년이 다 돼가는 베테랑이다. 여성 배우로서 공연계에 남는 것이 힘들 법도 하건만 그들을 무대 위에 서게 하는 원동력에 대해 유주혜는 ‘성취감’이라고 답했다. “일을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년을 훨씬 넘게 했는데 쉬운 게 없어요. 하지만 어려움을 넘어서 무대에 서고 박수를 받으면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무대 위에서는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자유로움을 느끼죠.”

방진의는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다”며 겸손함을 표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다들 ‘투잡’의 시대라는데 할 수 있는 게 없고, 주변의 반응도 좋지 않더라고요. 미래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쉽지 않았죠. 할 수 있는 게 배우 일이기도 하고, 할 때 즐거워요. 그 재미가 점점 더해가고 있고요. 그래서 쭉 하고 싶어요.”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퍼씨, 셸비 역을 맡은 유주혜, 방진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퍼씨, 셸비 역을 맡은 유주혜, 방진의. 사진=김태윤 기자

그렇다면 두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은 후배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방진의는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 않나, 그래도 소소하고 즐거운 일이 많더라”고 운을 뗐다.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 그날그날 생기는 작은 에피소드 등 즐거운 점을 찾으면서 소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주혜는 ‘멀리보기’를 추천하며 “어릴 땐 앞만 봤던 것 같다. 당장 손에 잡히는 게 없더라도 소소한 행복과 작은 성취감을 챙기며 가다 보면 많은 것들이 주변에 있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공연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께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어요. 요즘 너무 춥잖아요. 저희도 열심히 할 테니 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방진의)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 말고도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는 길리앗이 되고 싶어요. 스콘 1관이 길리앗 마을이 되는 환상을 느끼게 해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희는 공동체니까 같은 스콘 2관 ‘그때도 오늘’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웃음)” (유주혜)

저작권자 © 뉴스컬처 (NEWS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