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진선 기자] 양재희 대표는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코미디 세상만사'를 시작으로 시트콤 '논스톱4' 논스톱 5' '개그콘서트' '코미디 타운' 등에 이름을 올렸다. 연극 '시크릿'과 뮤지컬 '울지마 톤즈', 그리고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안녕, 프란체스카' 등에 출연해 감초 역할을 한데 이어 충무로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영화 삼례여중 축구부 실화를 다룬 영화 '슈팅걸스'에 깜짝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감초 역할의 대가인 배우, 동시에 뛰어난 기획으로 마케팅 업계에서 활약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양 대표의 행보가 빛난다.

최근 서울 중구 충무로 사옥에서 진행된 뉴스컬처와의 인터뷰에서 양재희 대표는 '슈팅걸스' 출연에 대해 "마케팅 일을 하고 있지만 역시 연기할 때가 제일 즐겁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하 양재희 대표와 일문일답.

양재희 대표. 사진= 김태윤 기자
양재희 대표. 사진= 김태윤 기자

Q.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연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 카피라이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아이디어를 짜던 경험으로 지하철 광고도 생각하게 되고, 마케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방송일이 고정이지 못하기에, 고개를 돌렸지만, 이 일 역시 의미가 있더라."

Q. 마케팅하는 데에 있어 중점을 두는 곳이 있다면.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 이렇게 된 거 같다(웃음). 사실 난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었지 않나. 마케팅하면서 든 생각이 '내 관점'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보자는 거다. 병원에 상담을 해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원장님이 말을 잘하는 것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브랜드가 되는 거다."

Q. 본인이 브랜드가 된다는 게 어려울 수 있을 거 같다.

"어렵지 않다. 본인이 잘하는 거에 마케팅을 접목하는 거다. 배우들만 연기하는 게 아니다. 살다 보면 우리도 자신을 직접 마케팅하는 일이 있지 않나. 장사하던, 어떤 일을 하든 마찬가지다. 연기 유치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Q. 병원 원장님들에게도 연기 수업을 해줬다고 하던데. 어떻게 진행하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

"스피치 학원도 있지 않나. 말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노래 교실처럼 연기를 배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입시로만 연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접하는 거다. 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해주는 곳이 없다고 하더라."

Q. 세미나도 열고 재밌는 기획을 많이 하는 거로 유명하다.

"세미나지 '소통'하는 시간이다. 브랜드마다 색이 있듯이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기획했던 게 '아이스커피' '여드름 짜쇼' 등이다. 병원이지만 딱딱한 주제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소통하는 거다. 세미나 전에 공연처럼 오프닝에 노래도 하고, OX 퀴즈 같은 것도 진행한다. 아무리 좋은 강연이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재미없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여드름 송도 만들어서 뮤직비디오를 만든 적도 있다. 대학로에서 연기 잘하는 후배들과 소통을 많이 한다. 콘텐츠를 만들지만, 기획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걸 확장하고 실현하기 어려운데 후배들과 소통하면 진행이 수월해진다."

Q. 그냥 마케팅이 아니라 공연문화 마케팅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

"예를 들어서 김밥킹 마케팅을 했는데 흔하게 김밥의 맛을 홍보하는 게 아니다. 김밥을 200줄 싸서 대학로 공연하는 후배들에게 돌렸다. 공연 팀에서 난리가 났다. 후배들은 맛 좋은 김밥을 먹고 SNS 등에 글을 남기고, 김밥킹은 공연 문화를 후원하는 게 되는 거다. 그야말로 문화마케팅이다. SNS도 하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잘하는 것과 접목해 확장하는 거다. 어려운 게 아니다. 마케팅하면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보여줘야 하니까."

Q. 대상에 대한 가치를 높게 바라보는 거 같다. 그래서 더 독특한 기획이 나오는 게 아닌가.

"돈만 있으면 마케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마케팅을 하고 싶다. 안 하니까 못하는 거다. 안 할 이유가 없다. 연기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 마케팅 역시 저에게 너무 의미가 있다."

Q. 방송 일에서 사업으로 고개를 돌리다니 쉽지 않은 시간이지 않았나.

"처음에는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했다. 근데 사업이 잘되기도 하고 재밌더라. 개그로 시작을 했지만,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근데 감초 역할을 할 배우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작품 속에서 병풍처럼 서 있는 것보다는 한 회 한 신만 나와도 임팩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관객의 기억에 남으면 그만이다. 연기만 할 때는 불안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연기가 너무 재밌고 한 장면도 너무 소중하다. 즐길 수 있게 된 거다."

Q.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건 정말 쉽지 않지 않나.

"너무 잘하려고만 하면 마음대로 잘 안 되지 않나. 하지만 이제 즐기니까 더 좋은 거다. 후배들한테도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기는 평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포기가 아니라, 꿈이니까 평생 하고 싶다. 연기만 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까. 좋아하는 것만 하더라도 생활이 안 되면 즐길 수 없게 된다. 후배들에게 그래서 말하는 거다. 내가 경험했기 때문에."

Q. 빵을 만드는 솜씨도 수준급이던데. 어떻게 제빵까지 배우게 됐나.

"얼마 전에 내일 배움 카드를 발급받아서 제빵을 약 3개월 배웠다. 말로만 제시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에 직접 내보이기로 해서 나 역시 시작한 거다. 세상 물정 모르는 것도 어려서는 귀엽지만 나이 들어서는 더 귀여운 게 아니다. 당하기만 할 뿐이다. 사회생활이 녹록지 않고, 힘들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요리를 잘해도 써먹으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부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네일, 조리사 등 자격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배우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공연하는 배우들도, 공연을 안 하는 낮에도 뭔가를 배운다면 얼마나 의미 있나. 언제든지 쓸 데가 있다는 거다."

Q. 후배들에게 정말 든든한 선배일 거 같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든 얘기만 들어주는 사람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나도 내 정체성을 모르겠다.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펼치고 싶은 게 많다."

Q. 쉼 없이 도전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꿈은 나이 들어서도 외롭지 않고, 더불어 사는 거다. 돈이 있다고 해서 안 외롭지 않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도 없다.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며 덕을 쌓고 싶다. 사업도 그런 쪽으로 많이 생각 중이다.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서 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명목 있는 일을 하는 것, 경험을 토대로 할 수 있을 계속하고 싶다."

Q. 후배들과도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안 맞는다면 포기할 때도 미련 없지만, 못하고 환경, 상황 때문에 버티지 못한다면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버틸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 중학생 예술 수업 관련 '액션 가면'을 진행 중인데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카페 관련해서도 같은 주제라도 몸을 쓰는 사람들의 의견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런 친구들과 계속 뜻을 함께하고 싶다."

Q.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크게 바라보기에 가능한 거 같다.

"사람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방송하면서 일이 안 들어오면 직업은 있는데 할 게 없는 거다. 쓸데없는 사람이 된 거 같았다. 그런다고 방송인이 4대 보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러주면 가는 게 일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다. 난 준비가 다 됐는데 기회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을 채우고 더 준비해야 했던 거다."

양재희 대표. 사진= 김태윤 기자
양재희 대표. 사진= 김태윤 기자

Q. 눈 앞에 펼쳐진 기획 중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피아노 콘서트인데 '겨울연가' 작곡을 했던 분이다. 피아노곡이 너무 좋은데 사람들이 자꾸만 조는 거다. 그래서 드라마 콘서트를 기획했다. 한 무대에서는 곡에 대한 에피소드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오르고 다른 무대에서는 피아노 연주가 이어지는 거다. 정말 한 사람도 졸지 않더라. 내 얘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더라. 메시지만 전하면 되는데 이왕이면 같이 앉아서 눈높이는 맞추면 더 좋지 않나. 정답은 없다. 아이디어라는 게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틀만 바꿔도 되더라. '왜 그러면 안 돼'라는 생각을 뒤집는 거다."

Q.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나 역시 일을 하면서 많이 배운다. 꾸준히 하다 보니 신뢰가 쌓이고 지속하게 되는 거다. 그만큼 탄탄한 건데 감사한 마음이다. 저만의 비결은 생기는데 배우고 도전하는 걸 게을리하면 꼰대가 되고 안주하게 될 거 같더라. 올해는 바리스타, 플로리스트 자격증도 도전할 계획이다."

사진=김태윤 기자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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