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특별세션
"부모와 자식이 대화할 수 있던 드라마"
"해외 자폐인의 댓글 기억에 남아"
"박은빈 경이로운 연기력 사람들 마음 울렸을 것"
"시즌2 쉽지 않아, 지켜봐야 할 것"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자와 감독이 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던 이유에 관해 논했다.

31일 오전 10시 서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자가 말하는 'K-콘텐츠의 영향력과 가능성'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와 드라마 연출자인 유인식 감독, 한겨레신문 서정민 팀장이 참석해 '글로벌 시장의 K-드라마 콘텐츠 영향력과 제작사의 지식재산권(IP) 확보를 통한 새로운 방송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드라마 기획 과정과 작가, 감독이 모이게 된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상백 대표는 "2019년 초 '킹덤2'가 끝나고, 미국에서 '킹덤'이 화제라고 해서 출장 겸 여행을 갔다. 지인 중 한 분이 추천을 해서 비행기 안에서 '증인'이라는 작품을 봤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프로듀서들과 회의를 해서 문지원 작가님을 섭외했다. 문지원 작가님은 '증인'으로 자펙 스펙트럼을 다뤘고, 본인도 그 과정에서 의지가 있어서 함께 하기로 했다. 초고 대본이 나왔을 때 유인식 감독님께 사석에서 초고를 봐달라 했다. 작가 분을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의기투합이 됐다. 그 후에 프로듀서들과 개발이 됐고, 캐스팅 회의를 해서 박은빈 배우에게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인식 감독은 "초고를 읽었을 때 대본의 결이 상당히 마음이 와닿았다"고 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게 두드러지는 대본이었고, 차분하고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대본이었다. 그래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을 결정한 이유를 말했다.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에 참석한 유인식 감독.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에 참석한 유인식 감독.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유인식 감독은 "제일 최우선의 과제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에게 편안하게 감정 이입을 하게 하는 게 중요했다. 제목처럼 우영우라는 캐릭터는 비자폐인이 관찰하는 대상으로서는 이상해야 했는데, 주인공으로서는 사랑스럽고 공감이 가는 인물이어야 했다. 어느 만큼 이상하고 공감이 가게 캐릭터를 구현할지 미묘한 문제였다"며 "작가님과 배우들과 함께 많은 상의를 해서 구축했다. 자칫 희화화로 비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영우의 입장에 서보도록 하는 것, 그게 초반부의 가장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ENA라는 생소한 채널에서 방영됐음에도 마지막회 시청률이 17.5%를 찍을 정도로 국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유인식 감독은 "사실 채널이 생소했기 때문에 3% 정도만 나와줘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중반부까지 실시간 댓글의 상당 부분이 '도대체 몇 번이라고?'였다"고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톱10 주간차트에서 다섯 차례 1위를 하는 등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얻었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 못했다는 이상백 대표는 "저도 사춘기가 넘어가는 자녀들이 있는데 TV를 안 본다. 같이 앉아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 어려워지는 시대인데, 이 드라마는 같이 보는 데에 부담이 없고, 소재에 대해 부모와 자식이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준다. 그런 점이 드라마의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평가를 해주시더라. 그리고 전문적으로 자폐 스펙트럼이나 법률적인 면에서 깊이가 있었다고 하더라. 작가, 감독님이 오래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유인식 감독은 기억에 남았던 해외 반응을 소개했다. 유 감독은 "어느 해외 시청자 중 자폐 당사자, 자폐인 가족이 올려준 호의적인 댓글이 큰 힘이 됐다. '물론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자폐인 중에 흔치 않고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걸 우리도 안다. 우영우 때문에 갖게 된 가장 큰 판타지는 내 아이 곁에 봄날의 햇날이나, 동그라미나, 정명석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라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그건 판타지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가 그런 희망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유인식 감독은 해외 반응에 대해 "한국어로 된 언어유희가 많고 한국의 상황이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했다. 한국의 법 체계를 다루기 때문에 보편성이 있을까 걱정을 했다"며 "아마도 박은빈 배우의 경이로운 연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지 않았을까. 국내에서는 인간의 선함을 믿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생각보다 장애나 다양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지 않나 싶다"고 평했다.

촬영 현장의 즐거운 분위기가 드라마에서도 이어졌다고 한다. 유 감독은 "드라마가 굵은 서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서 디테일이 상대적으로 중요했다. 배우가 생동감 있게 연기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편하게 제시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했다. 캐스팅에 응해준 배우들이 다들 밝고 선한 사람들이어서 연기에도 선한 기운이 묻어 나왔다"며 "강기영, 주현영 배우는 애드리브를 능청스럽게 잘 구사하는 배우들이어서 적극 반응했고, 박은빈 배우가 잘 받아줘서 리허설을 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즐거운 리허설이 방송에 나오게끔 하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에 참석한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에 참석한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더불어 ENA라는 채널에서 송출하게 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상백 대표는 "넷플릭스가 먼저 확정을 해줬다. '킹덤' 이후로 해외 진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일단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제안을 했는데 거절을 했고, 방영권만 진행했다. 그 다음에 국내 채널과 접촉을 했다. 똑같이 방영권만 가능한 채널이었다. 신생 채널이라서 규모가 너무 작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KT라는 회사가 받쳐주는 ENA를 선택했다. 물론 ENA도 저희를 선택해 주신 것이다. 윈윈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방영권만 추진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일반 제작사는 외주라서 IP를 플랫폼에 넘기는 구조다. IP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 반복적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킹덤' 때도 안타까웠다. IP를 가지고 있으면 제작사 생존의 기반이 된다. 그걸 확보하기 위해 ENA에 방영권을 주고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제작이 공식 발표되면서 IP 활용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이상백 대표는 "웹툰으로 해외에 수출해서 진행되고 있고, 뮤지컬도 개발한다. 뮤지컬은 캐릭터만 살리고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진다. 대학로 두 개 극장에서 3개의 다른 스토리를 올릴 거다. 그렇게 되면 그 극장 근처가 우영우 뮤지컬 타운이 될 수도 있고, 관광지로 활용될 수도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것들도 있다. 계속 끊임 없이 준비 될 것이고, 그게 우리의 생존에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더 좋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줄 것"이라고 IP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31일 'BCWW 2022'에서 진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퍼런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를 준비 중인 유인식 감독은 "보시면 작품의 텀이 바로바로 나오기가 힘이 든다. 미국드라마가 애초에 몇 개의 시즌을 예상하고 배우들과 계약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기가 쉽지 않다. '우영우'도 그런 케이스였다. 예상 밖의 큰 인기를 얻어서 다들 헤어지기 싫은 마음이 있을 거고 한바다에 대한 애정이 많은 건 사실일 거다. 스케줄을 조율하고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모두들 희망과 의지는 있지만 시즌2가 확정되기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 (BroadCast WorldWide)
2022'가 이날부터 오는 9월 2일까지 사흘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된다. 올해 22회째를 맞아 '새로운 콘텐츠의 시작(Play the New Content,
Dive into the BCWW)'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 36개국 이상의 방송영상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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