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변화 서서히, 그러데이션으로 표현"
"아더, 성배 그 자체인듯"
"엑스칼리버, 좋은 면과 나쁜 면 존재"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엑스칼리버를 뽑아든 고훈정은 어딜 향해 나아갈까.

뮤지컬 ‘킹아더’는 ‘아더왕의 전설’을 바탕으로 평범한 청년이던 아더가 우연한 기회로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뽑고 왕으로 즉위한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아더 역을 맡아 열연하는 고훈정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연 전 인터뷰를 위해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훈정은 양 손바닥부터 팔꿈치까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보호대를 차고 공연을 해도 다친다며 멋쩍게 웃은 그는 ‘액션씬은 걱정이 나올 만큼 몸을 사리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연이은 콘서트 등 앞으로의 일정도 많을 텐데, 작은 찰과상쯤 문제 되지 않는다며 몸을 내던지는 고훈정의 투혼은 그저 관객들이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훈정이 이야기하는 선택, 계획, 터닝포인트에 관한 이야기들 역시, 모든 것은 ‘관객’으로 귀결됐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공연이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 기분이 어떤가.

3주 정도 남았는데, 공연을 재밌게 해서 빨리 지나간 기분이다. 같이 하는 멤버들도 좋고 내부 분위기가 좋다. 인물 자체가 표현하기에 재밌다. 2시간 30분 안에 여러 가지 그러데이션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재연을 하면서 더 잘해보고 싶었다.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할 순 없지만, 초연 때보다는 여유롭고 조금 더 완성도 있게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초재연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나.

다들 아시다시피 변화가 있었고 대본상으로도 컴팩트해졌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응당 보여줘야 할 서사가 조금 불친절해진 느낌이 있지만, 전개가 스피디해져서 좋다. 뭐가 더 좋다고 하기는 쉽지 않지만 친절하지 못한 서사를 채워가려고 한다.

고훈정 아더에게 엑스칼리버란 어떤 존재인가.

대사에도 나오다시피 ‘큰 무게’다. 처음에는 짐으로 받아들이고, 원하지 않게 뽑게 됐다. 모든 자리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왕이라는 자리가 해야 할 일도 많고, 책임에 대한 무게감이 크다. 사건을 통해, 시간이 지나며 받아들여지는 압력을 이겨내는 과정이 ‘킹아더’라고 생각한다. 압력에서 내 것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터닝포인트는 어는 순간인가.

굵게 보자면 엑스칼리버를 뽑는 순간이겠지만, 사실상 매 장면이 터닝포인트다. 카멜롯 전투의 승리, 귀네비어를 만나는 장면, 모르간과의 장면, 고통받는 백성들 등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친다. 그 순간을 거치며 변화하는 그러데이션을 중요시 여겨 서서히 표현해내려고 했다.

외적인 부분에도 변화를 주었나.

관객분들이 눈치채실지는 모르겠지만, 전투의 태도도 다르다. 1막과 2막의 차이를 두려고 했다.어수룩한 모습을 지우고 자세도 곧게 서고 차이를 뒀다.

모르간이나 귀네비어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을까.

아더는 애초에 벌하려는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계속 고민했을 것이다. ‘아들 손에 죽게 되리라’라는 말이 ‘그렇게 되려나’가 아니라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고뇌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대처하는 것일까 고민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아더의 선택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거의 세인트(Saint)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아더가 참 외로워 보인다고 느껴진다.

그보다 더 외로울 수 있을까. 결국 백성과 나라만 위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킹아더’에서 ‘성배를 찾는다는 것’이 아더 자체가 성배 된 느낌이다. 성배를 찾으라는 이야기에서 실존하는 성배일까 궁금했는데, ‘성배란 무엇인가?’하고 랜슬롯이 질문을 받지 않나. 그에 대한 답이 아더의 마지막 모습처럼 보였다. 그래서 아더가 성배를 찾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극 중 호흡으로 인상깊은 사람이 있다면.

(김)찬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대화도 많이 하고 친하니까 극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 극 중에 어깨를 베는 장면이 있는데, 안무팀에서 어깨를 베는데 칼이 너무 낮게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하기에 인지해서 올렸더니 이번에는 너무 높게 칼을 휘둘렀더라. 그런데 찬호가 자연스럽게 얼굴이 베인 것처럼 받아주더라. 서로 사전에 얘기한 적 없었는데. 이런 호흡을 맞추며 살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는 선택을 잘하는 편인가. 고훈정이 아더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

선택에는 망설이지 않지만 후회는 하는 편이다. 계속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래 남는 것 같다. 내가 아더였다면, 칼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시작도 못 하게 엑스칼리버 안 뽑아도 잘 살았을 것 같다.(웃음) 상황에 순응을 잘하는 편이다. 되돌아보면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10, 15년 전만 해도 내가 배우를 길게 하고 있을지 몰랐다. ‘팬텀싱어’ 나가는 것도 계획에 없었고. 인생의 큰 그림을 봤을 때 ‘이렇게 해야지’해서 된 게 없다. 예상치 못한 행운도, 예상치 못한 불행도 함께 오더라. 그래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결론 내렸다.

그럼 배우가 아닌 뭘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나.

글쎄, 음악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음악이야 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니까. 하지만 배우가 되기에는 연기라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이래저래 공부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해보니 재밌기도 하고, 사람을 재밌게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게 또 배우랑 어울리는 성향이었나 싶기도 하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킹아더' 공연장면 중 고훈정. 사진=알앤디웍스

‘팬텀싱어’를 고훈정의 엑스칼리버 중 하나로 봐도 되겠다.

어느 정도는 그럴 수도 있겠다. 아더의 엑스칼리버처럼 좋은 부분, 나쁜 부분 다 있었다. 극에서처럼 영광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반대로 힘들고 우울한 부분도 있었다. 함께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지금도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떻게든 6년을 해왔지만 공연 다음 날 콘서트 이런 일정은 힘들기도 하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해내려고 한다.

배우로서는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은가.

다양하게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무대도 설 수 있을 때까지 서고 싶다. 성대가 허락하는 한 힘든 것 가리지 않고 하고 싶고. 50살이 넘어서도 아더 역할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아닌가, 할 수 있나?(웃음) 쉽지 않은 공연들이 많은데 나중에 할 수 없어서 못 하기 전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관객과의 소통은 요즘도 여전한가.

요즘은 SNS 빈도수를 줄이게 되더라. 그럴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SNS가 무서워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가 또 재밌는 이슈가 생기면 하려고 한다.

‘킹아더’를 통해 관객분들이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나.

‘킹아더’ 뿐만 아니라, 개인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이상의 감상은 각기 다르겠지만 공연을 보는 것이 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특별한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투자 대비 이상의 무언가를 얻고 돌아가시길 바란다.

관객분들께 한마디.

2년 넘게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보고 계신 데 답답하실 텐데도 꾸준히 불편함을 감수하고 와주셔서 감사하다. 조금만 더 지나면 실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팬데믹이 이렇게 길어질지 누가 알았겠나. 그래도 계속 공연을 했다. 다 관객분들 덕분이라 감사한 마음뿐이다. 건강도 잘 챙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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