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돼서까지 욕심을 부리는 인간 허황함 담아"
"종교 권력 앞에 희생된 약자의 분노, 응징"
"시간이 흘러도 남는 기록 예술 갈망"

영화 '니자리'가 국제영화제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홍상진 감독의 '니자리'(제작 금강상회)가 스웨덴 보덴, 싱가포르 테카, 부탄 드러크 국제영화제에서 누적 11관왕을 차지하며 연이은 수상 소식을 전했다.

보덴 국제영화제에서 신인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니자리'. 사진=금강상회
보덴 국제영화제에서 신인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니자리'. 사진=금강상회

테카 국제영화제 DECEMBER 2021에서 베스트 국제영화 부문 심사위원상을, 드러크 국제영화제 극영화 부문 NOVEMBER 2021 우수 작품상을 받았으며 특히 보덴 국제영화제 DECEMBER 2021에서는 신인장편영화상(First Time Feature Film)부문에서 베스트위너(BEST WINNER)에 선정돼 내달 개최되는 경쟁 부문에 공식 출품한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부문 수상도 이어졌다. 김신용, 김미영, 최원, 이은지 등 대학로 출신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무대에서 다진 풍부한 연기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영화 '니자리'는 무당 순이(김미영 분)가 극단적 선택을 한 조카 태영의 영혼을 찾아 성불시키면서 벌어지는 욕망의 원혼들과의 사투를 그린 독립 장편영화이다. 해외 영화제 출품 대장정을 마무리한 후 국내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영화 '니자리' 스틸컷. 사진=금강상회
영화 '니자리' 스틸컷. 사진=금강상회

특히 2000년 넌버벌 뮤지컬 '난타'로 데뷔해 한국 3대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점프' '비밥'에 모두 출연하며 자타공인 넌버벌퍼포먼스 대표 배우로 자리한 홍상진 감독의 첫 독립 장편영화라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2007년 CJ제작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을 통해 연출로 영역을 확장시킨 그는 2013년 서울시립무용단 '춤추는 허수아비'를 선보여 그해 2세종문화회관 순회공연 관객이 뽑은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OTT 드라마 '린자면옥'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니자리'가 괄목할 만한 성적을 얻고 있는 가운데, 첫 장편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른 홍상진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영화 <니자리>는 어떤 작품인가.

귀신이 돼서까지 욕심을 부리는 인간의 허황함을 그린 작품으로, 판타지에 블랙코미디를 섞은 일종의 휴먼드라마다. 인간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는 '빙의'라는 소재를 활용했다. 저예산 독립영화다 보니 한 사람의 몸에 여러 귀신이 들어가는 것을 CG 없이 배우 연기로 표현해야 해서 캐릭터 구축에 신경을 많이 썼다.

Q. 이번 영화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종교계 '그루밍 성폭력 범죄'(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범죄)가 연이어 언론에 노출되면서 관심을 두게 됐다. 종교의 권력 앞에 힘없이 희생된 약자를 위한 분노와 응징을 담고자 했다. 법적 조치를 비롯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에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Q. 모든 주·조연 배우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소감은?

이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시작도 못 했을 것 같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배우가 돋보이게 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극단에서 작품 하듯 연습실에 모여 장면을 연구하고 리허설 촬영을 했다. 배우들과 부딪치면서 원래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었다. 배우들의 의견으로 장면 하나하나 새롭게 탄생하였다. 이것이 대학로 배우들의 저력이다. 함께 만들어낸 장면을 보면서 내내 즐거웠다. 재촬영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두렵지 않았다.

Q. 공식적인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동안 공연계에 몸 담으며 활동했지 않은가.

공연은 현장의 예술이다. 공연계 입문 후 22년이 지났지만 많은 사람과 무대 예술을 공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과거 기록되지 않은 예술은 역사로 치부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남는 기록 예술을 하고 싶었다. 예술계 종사자의 기록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보면 좋겠다. 그래서 연극배우들과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Q. 첫 장편 연출 도전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무엇이었나.

영화 화법 안에 한국적인 요소를 녹여내고 싶었다. 공연하면서 가장 깊이 연구했던 부분이다. 박소연 음악감독과 함께 거문고와 정가 기반의 소리로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탄현악기의 울림과 여운이 장면의 긴장과 이완을 조율하면서 전에 없던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의 다양성이자 독립영화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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