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고3 학생 박미진 役으로 열연
"좀비에게 쫓기는 액션 위해 체육관 50바퀴씩 돌기도"
"해외 팬들의 반응 체감해…열렬한 반응에 행복"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은 13일 연속 넷플릭스 TV쇼 TOP10에 오르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을 K-좀비의 늪에 빠지게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박미진 역을 맡으며 맛깔난 욕과 시원시원한 활약상을 보여준 이은샘은 앞서 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덕임(이세영 분)의 친구로 등장했다. 단아함과 호쾌함을 오가는 이은샘의 180도 다른 모습 덕분에 시청자들은 기분 좋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이은샘은 "원래 반응을 잘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처음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된 날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했는데 다들 캐릭터를 너무 좋게 봐주셨다"며 "공개된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웃고 있다.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다고 하셔서 (일부러) 내렸다. 팔자주름이 더 깊어졌다"라고 활짝 웃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준 것에 대해 이은샘은 "원래 '지금 우리 학교는' 공개가 '옷소매 붉은 끝동' 이전이었다. 2021년 6월 예정이었는데 촬영이 밀리면서 11월로 바뀌었다가 또 밀려서 1월이 됐다"며 "오히려 '옷소매 붉은 끝동'이 먼저 나오고 '지금 우리 학교는' 방영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의 새로운 모습을 연달아서 보여주기 딱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살짝 그 부분을 노렸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유튜브 캡처.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유튜브 캡처. 사진=넷플릭스

작품 속 박미진은 다소 촌스러운 더벅머리로 등장하며 깊은 첫인상을 남겼다. 이은샘은 "감독님과 (머리) 시안을 같이 결정했다. 현대스러운 긴 머리스타일이랑 웹툰 속 미진이 두 가지 시안이 있었다"며 "짧은 머리가 더 캐릭터성이 있고 미진이같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특이한 머리 모양에 얽힌 이야기를 밝혔다.

캐릭터가 가진 다양한 면모 역시 시청자들이 박미진을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말끝마다 욕을 붙이고 담배 금단증상에 시달리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고3다운 대사는 박미진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만들었다. 이에 이은샘은 "처음에는 대본을 절반(6화)만 받았다. 그때까지는 입시에 대한 큰 갈망이 없어서 감독님과 함께 짠 미진의 설정은 '속이 따뜻한 양아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는 치지만 누군가 저한테 싫은 행동을 하면 화를 내는 미친 개, 이렇게 설정을 하고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나머지 대본이 나왔는데 입시에 대한 마음이 큰 캐릭터로 만들어 주셨다"라며 "그래서 솔직히 이 캐릭터를 다시 다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갔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이은샘은 "이미 나온 대본이기도 하고, 고3이 딱 3명밖에 없었다. K-고3이 되게 유명한데, 고3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며 "내가 생각해도 3명 중에 K-고3을 연기할 수 있는 건 미진이가 딱이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K-고3' 박미진의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면은 안전격리소에서 '좀비 특별전형'을 만들어 달라고 시위에 나선 모습이다. 해당 신을 연기하면서 이은샘은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가 고3에서 20살 넘어가는 때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연극영화과 입시를 도전했는데 그때 촬영이 많이 생기면서 입시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 또 입시 연기랑 방송 연기가 다르다는 것에 혼란이 너무 많이 와서 연기에 대한 꿈이 흔들린 시기이기도 하다"며 "연기를 하는 친구들보다 공부가 경쟁이 더 치열한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제가 그 당시 고3이고 좀비 특별전형을 안 해주면 화가 났을 것 같았다. 현실에 이입해서 화난 마음 그대로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박미진, 장하리(하승리 분), 정민재(진호은 분), 유준성(양한열 분)까지 4명의 '양궁즈'는 온조(박지후 분), 청산(윤찬영 분), 남라(조이현 분), 수혁(로몬 분)으로 이루어진 2학년 5반 학생들에 비해 수는 적지만 '전투력'이 높다. 이 중 박미진은 체육특기생도 아닌 평범한 고3 학생이지만 대걸레를 부러뜨려 만든 창으로 좀비를 거침없이 찌르는 패기를 보인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좀비를 찌르는 박미진의 얼굴에는 죄책감과 혐오 등, 복합적인 감정이 가득하다. 이에 이은샘은 "미진이 캐릭터상 좀비를 무서워하는 게 맞을지, 아니면 덤덤하게 막 찌르는 게 맞을지 고민이 심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재규 감독님께서 웹툰 상에서는 미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공격을 했을 수도 있지만 연기에서는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며 "'단순히 좀비라고 생각한다기보다는 어쩌면 내 친구였었을 수도 있겠다, 근데 난 살아야 하고 이 친구들을 살려야 하니 눈 꼭 감고 죽여보자'는 마음으로 눈을 좀 더 찡그리고 무서워하면서 찌르려고 했다. 연기적으로 크게 신경 쓴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 반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와 싸우고, 도망가는 장면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각종 인터뷰에서 액션 스쿨에서 3개월 이상 훈련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은샘 역시 "처음 (액션 훈련을) 갔을 때는 이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유산소 운동이 제일 힘들었다. 도망가고 달리는 신이 많았고, 똑같은 액션을 반복해야 해서 체력이 좋아야 했다"라며 "체육관을 거의 50바퀴씩 돌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살짝 빈혈기, 저혈압이 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면서도 "저는 합을 맞춰야 하는 액션 위주여서 강도가 높기보다는 나무 각도를 맞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 도구를 최대한 열심히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액션에 얽힌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국내외 영화·드라마에서는 극 중 인물이 사용하는 무기 일부를 CG로 만들어낸다. 배우들이 보다 안전하게 격렬한 액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후반 CG작업으로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은샘 역시 "실제로는 가짜 막대기를 사용했다"며 "딱 (창이) 들어가는 정도만 잘랐다. 제가 들고 다니는 막대기보다는 20cm 정도 짧았다. 몸에 닿기 전까지 찌르는 걸로 합을 맞추거나, 안 위험하게 아예 얼굴 옆으로 찔렀다. 입과 막대기의 각도를 맞추는 게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앞서 이은샘은 뉴스컬처와 '옷소매 붉은 끝동'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2박 3일 동안 촬영한 장면이 있다"라고 전한 그는 "해당 장면은 체육관 공 보관함을 둘둘 싸서 밀고 나가는 신이다. 공 보관함을 만드는 것부터 준영이가 죽고, 저희가 탈출하는 것까지 2박 3일이 걸렸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2박 3일간 촬영하며 배우들의 피·땀·눈물로 완성한 '체육관 신'에서 빠질 수 없는 명장면은 아이들이 초코바를 나눠 먹는 모습이다. 특히 체육관 신에서 미진은 초코바를 먹지 않고 후배들에게 넘기면서 선배다운 듬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은샘은 "그 장면이 다 애드리브다. '됐다, 안전구나 차러 가자'라는 대사도 애드리브였다. 그 자체를 완전히 저희가 만들어낸 뜻깊은 신"이라며 "제가 고3 선배 역할이기도 했고, 여기서 초코바를 먹는 건 멋이 안 사는 것 같았다"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일부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은 초코바 장면에 앞서 '양궁즈' 출연진 뒤편에 놓인 커피 봉지와 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이은샘은 "진짜 먹은 설정이라서 초코바를 안 먹은 것도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진이랑 하리는 많이 먹었다는 설정은 아니었고, 준성이를 다 준 느낌이었다. 준성이가 수레에 타서 실려 있을 때 민재가 '저 형은요?' 하고 가리키는 장면이 있다. 그 신에서 준성이가 뭘 먹고 있는데 화면이 작아서 잘 안 나왔다"며 "그래도 (미진이가) 배고팠을 수 있었다. 근데 좀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라고 웃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은샘. 사진=김태윤 기자

보통 드라마·영화 속 맛깔난 욕설이라 하면 대부분 범죄자·형사 역할을 한 배우들의 얼굴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워낙 감칠맛 나는 욕설을 선보인 덕분에 해외 팬들은 이은샘에게 'Miss Shi***'이 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은샘은 "고등학생의 욕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나온 드라마가 없었다. 제가 최초이고 싶었다"며 "뭔가를 참고하면 따라하는 느낌이 날까 봐 다른 드라마를 참고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가족 앞에서 연기를 절대 안 하는데, 미진이는 욕이 찰져 보이고 싶어서 가족들 앞에서 대본 리딩을 했다. 아빠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여기서 조금 더 찰지게 해라'고 했다"라며 "저희 가족은 미진이 판"이라고 욕설 연기에 얽힌 가족들의 숨겨진 노력을 전했다.

할머니와 친구 같은 사이라고 밝힌 이은샘은 "저희 할머니는 욕도 많이 하시고 따뜻한 말을 잘 못하신다"며 "할머니 친구의 자녀분들한테 소문이 많이 난 것 같다. 은샘이가 연기를 그렇게 잘했다고. 그래서 할머니가 저한테 와서 '한번 보자' 하셨다. 가만히 보시더니 '연기 잘했네' 하고 가셨다"라고 깊은 애정을 표했다.

SNS를 통해 해외에서 불어오는 열렬한 반응을 느끼고 있다는 이은샘은 "DM이 진짜 많이 온다. 'Miss Shi***'이라고"라면서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어 "한 번은 SNS로 'You are so F****** cool Shi*** girl(너는 정말 XX 멋진 XX)'이라고 연락이 왔다"며 "한국에서도 욕을 섞어서 얘기하면 좋은 호응일 때가 있듯이,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또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본 후 해외 반응 짤이 있었다. 자려고 누워있는데 욕이 계속 떠오르는.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는' 친구들이 이거의 지분은 다 박미진이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라며 "욕 모음집도 만들어주시고 그래서 너무 좋다. 욕이 제 명대사가 된 느낌"이라고 뿌듯함을 숨기지 못했다.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인터뷰②]'지우학' 이은샘 "조이현, 온 마음 다해 응원하는 친구" < 드라마 < 기사본문 - 뉴스컬처(NEWS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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