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의 영혼, 선함, 양심 등으로 표현되는 그레첸 役
이지연이 설명하는 넘버 ’The Song of Songs’, '매드 그레첸', '눈동자'
"작품의 매력…빛과 선을 택하는 의지"

끼와 재능은 숨길 수 없는 법이라고 했나요. 요즈음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배우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름과 얼굴이 낯설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본인을 갈고 닦은 준비된 인재입니다. 뉴스컬처 [신인talk]에서는 날개를 활짝 펴고 비행 준비를 마친 신인 배우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합니다.

뮤지컬 '더데빌' 그레첸 역의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더데빌' 그레첸 역의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더데빌’은 소설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인간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배우 이지연은 존의 영혼이자 선함, 양심 등으로 표현되는 그레첸 역을 맡았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이지연은 ‘검은 사제들’ 마지막 공연 날 함께 출연했던 배우이자 ‘더데빌’의 연출을 맡은 송용진에게 그레첸 역 제의를 받았다. ‘눈동자’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이지연에게는 선물처럼 꿈의 무대가 찾아왔다.

하지만 인물이 아닌 어떠한 개념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송용진 연출은 이지연에게 ‘존과 하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레첸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레첸과 반대의 길을 걷는 존과 ‘하나’가 되는 것이 어려운 주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레첸이 화이트 엑스의 대리자이자, 존의 선한 마음이며 그가 타락할수록 함께 퇴색돼 가며 그레첸에 대한 퍼즐을 맞춰갔다.

뮤지컬 '더데빌' 그레첸 역의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더데빌' 그레첸 역의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이지연은 그레첸이 ‘화이트 엑스의 대리자’라고 표현한 만큼 그날의 화이트 엑스에 따라 느낌이 달리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The Song of Songs’에서 화이트 엑스가 직접 개입해 쓰다듬어주고, 눈을 마주쳐요. 이때 고훈정 오빠의 엑스는 강인한 화이트라서 같이 강인해지는 느낌이고, 반대로 가장 여린 조환지의 엑스는 같이 여려지는 느낌을 받아요. 다른 화이트 엑스(박민성, 백형훈)는 스케줄 상 자주 마주치지 못해 아쉬워요. 하지만 다들 공통으로 그레첸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붙잡으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레첸도 사력을 다해 끝까지 기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이지연은 넘버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레첸에 대해 설명해갔다. 특히 블랙 엑스에게 지옥의 씨앗을 받아 완전이 잠식된 그레첸의 광기를 보여주는 넘버 ‘매드그레첸’은 그레첸의 대표 넘버라고 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도 제일 고조되어 있기 때문에 손끝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히 표현하기 위해 완전히 집중한다. 이지연은 “화이트 엑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을 붙들어 달라고 미친 듯이 애원하기 때문에 그 의지를 한 번에 버릴 수 없다”며 “행동은 미쳐가지만 내면은 계속 슬프고 아프며 자아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그 두 개가 분리되는 것이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더데빌'에서 그레첸 역을 맡은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더데빌'에서 그레첸 역을 맡은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앞서 입시 곡이었다고 언급된 ‘눈동자’는 “섬세한 감정 때문에 오히려 제일 어려운 넘버”라고 꼽기도 했다. “’눈동자’는 ‘블랙먼데이’ 이후 블랙의 유혹에 끌려가는 존을 본 후 부르는 넘버예요.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을 2층에서 보고 있으면 잡아서 끌고 오고 싶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안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느껴요. 존을 보고 있으면 이미 눈이 풀려 있어요. 그 영혼 없는 눈동자를 안타까워하며 부르고 있죠.”

이런 고도의 집중력과 감정 몰입의 역할이 힘들 법도 하건만 이지연은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몰입을 하고, 빠져나오는 것을 잘해야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그레첸이라는 캐릭터가 감정을 담아두는 게 아니라 모두 토해내다 보니 해소가 된다”고 답했다. “마지막 커튼콜에서도 즐겁게 해소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더데빌' 그레첸 역의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더데빌' 그레첸 역의 이지연. 사진=김태윤 기자

‘더데빌’의 커튼콜은 하나의 관람포인트다. ‘더데빌’ 커튼콜에서는 주연 배우 4명이 가위바위보를 해 지는 사람이 그날의 무대를 꾸민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오빠가 공연을 보러와서 제가 커튼콜의 표적이 됐어요. ‘정정당당하게 하자!’라고 했는데, 저 몰래 짠 거죠. 제가 보를 많이 내니 가위를 내자고 했던 것 같은데 제가 이겼어요. 근데 갑자기 이긴 사람이 부르는 거라고 몰아가더라고요. 뒤에 있는 가디언(앙상블)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분위기를 몰아갔고요. 처음으로 이겼는데 부른 사람이 됐어요.”

이지연은 ‘더데빌’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빛과 선을 택하는 의지”를 꼽았다. “사람이라면 으레 유혹에 흔들리기 마련인데 마지막까지 빛을 선택하는 것에 힐링을 느끼는 것 같아요. 블랙 엑스의 대사 중 ‘지고한 사랑의 은혜를 저주하노라’ 이 대사가 더데빌의 메시지를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해요. 악이 빛과 사랑을 증오한다는 것이 빛이 얼마나 큰 힘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니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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