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독창적 스토리와 무대, 배우들의 호연 어우러져

뮤지컬 ‘하데스타운’ 주연 12인이 12색 매력을 선보인다.

‘하데스타운’은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21년 9월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에서 초연했다. 코로나로 인한 예측 불가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으로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보다는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 시장에 대거 포진한 상태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이는 신작이자 6개월가량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었다. 2020년 9월부터 시작된 오디션, 2021년 6월 연습을 시작해 9월 개막, 약 1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마친 ‘하데스타운’은 매일 밤 하데스타운으로 향하는 기차 출발과 함께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2월 2일 전체 공연 기간의 절반을 넘기며 한국 초연 100회를 맞이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 사진=에스앤코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 사진=에스앤코

‘하데스타운’은 잘 알려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절대적 위력을 지닌 음악적 재능의 소유자 오르페우스, 갑작스럽게 지하 세계로 내려가게 되는 에우리디케,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지내는 페르세포네, 그리고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까지 신화 속 캐릭터들의 특징은 유지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동 착취, 이상 기후 등 다양한 문제들을 캐릭터들의 서사와 전체 줄거리 사이에 녹여내 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하데스타운’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여기에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다른 ‘하데스타운’만의 독특한 무대와 음악, 배우들이 호연이 더해져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았으며 ‘올해의 뮤지컬’이란 수식어도 따랐다. ‘하데스타운’의 무대는 단순히 배경으로 자리하지 않는다. 극 중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감동한 벽이 스스로 틈을 만들어 그를 하데스타운으로 들여보내줬다는 가사가 나온다. 이때 전체 무대가 균열을 일으키며 틈이 생기고 가사에 맞춰 무대를 확장해 나간다. 이야기의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그 자체가 되어버린 무대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또한 ‘하데스타운’을 관통하는 음악은 재즈와 블루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컨트리뮤직에 기반하고 있다.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은 참신함은 물론 전하고자 하는 작품의 메시지까지 완벽하게 녹여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오르페우스의 역의 조형균은 2020년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이번에 또 한 번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박강현은 본래 지니고 있는 특유의 소년미와 부드러운 미성으로 이미 개막 전부터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고 평가받았는데 개막 이후에는 기대 그 이상이라는 호평과 함께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오랜 시간 그룹 엑소(EXO) 멤버로 활동한 만큼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시우민의 모습은 익숙한 듯 보이지만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긴 러닝타임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헤르메스 역의 두 배우 최재림과 강홍석은 파워풀한 성량과 압도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재림이 날카로운 음색으로 냉소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면 강홍석은 소울풀한 음색으로 보다 감정적인 면모로 각기 다른 매력, 완전히 다른 헤르메스를 완성해 관객들로 하여금 보는 재미까지 안겨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페르세포네는 지상에 머무는 동안 태양의 열기를 만끽하며 한없이 즐기다가도 지하 세계로 돌아가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사람이 되어버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캐릭터이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캐릭터를 이해하게 만드는 김선영의 섬세한 연기력은 매 회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페르세포네는 술과 약에 기대어 고통을 잊는 등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신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데 정제되지 않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난 박혜나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캐릭터에 모든 걸 쏟아부은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자신의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선택해야 하는 삶에 놓인 에우리디케는 비록 현실에 위축되어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인한 인물이다. ‘하데스타운’을 쓴 아나이스 미첼은 모든 캐릭터가 주체적일 때 이야기가 더 풍부해진다는 생각으로 신화 속 수동적 인물에서 보다 능동적인 인물로 에우리디케를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김환희와 김수하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김환희는 고단한 삶에 지지 않으려는 에우리디케의 당당한 모습을 강단과 울림을 주는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으며, 김수하는 강인함으로 무장했지만 그 속에 감춰둔 에우리디케의 내면을 보여주는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3인 3색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하데스 역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도 눈길을 끈다. 깊은 울림을 지닌 지현준의 낮은 목소리는 한 마디 대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특히 개막 전 신화에 대한 책부터 관련된 논문까지 찾아봤다고 할 만큼 캐릭터에 대한 깊은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남다른 표현력이 돋보인다.

이처럼 국내 관객들에 첫 선을 보이는 초연 작품, 지난 9월부터 이어져 온 긴 여정에도 흔들림 없이 프로덕션을 유지하며 매 회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하데스타운’은 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창성과 독보적인 매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작품은 오는 2월 27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4일 티켓 오픈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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